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필자의 직업은 전형적인 “책상물림” 중 하나인 변호사이지만, 담당 분야가 그렇다보니 현장에 나갈 일도 잦은 편이다. 드라마에서 보는 변호사들은 대개 고급 수트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다니는 반면 필자의 사무실에는 방수자켓과 작업복 바지, 안전화 등이 비치되어 있다. 자주 찾는 의류 매장도 신사복점이 아니라 안전용품점이다.
며칠 전 어느 안전용품 브랜드로부터 광고메시지를 받았는데,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습관이 무엇인지”를 댓글로 달아 선정되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는 것이었다. 상품이 무엇인지도 궁금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안전습관이 무엇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부랴부랴 로그인을 하고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필자가 본 응답 중에 가장 많은 글은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등 보호구를 잘 착용한다’는 것이었다. 또 많은 응답이 ‘작업 전 충분한 수면과 휴식’, ‘준비운동’, ‘천천히 집중하여 작업하기’, ‘안전규정 준수’, ‘매일 주의사항 숙지’, ‘주변 살피기’, ‘작업 중 휴대폰 금지’ 등이었다. ‘가족 생각’이라는 가슴 뭉클한 답변도 있었고, ‘골고루 먹기’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도 있었다.
질문 자체가 “당신의 안전습관”이니 어찌보면 개인적 차원의 답변이 당연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해 9월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2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한층 더 강조된 “위험성평가”의 답변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직도 산업현장에서 “위험성평가”는 생소한 단어인지, 아니면 위험성평가는 안전습관이 아니라 회사 또는 조직 차원의 업무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법령상 “위험성평가”의 정의는 복잡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을 할 때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를 미리 생각해보고, 그 위험성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기계설비가 잘 작동하지 않거나 작업 중 실수할 경우까지를 대비한다면 금상첨화다. 미리 유해ㆍ위험요인을 생각하여 조치를 취하니 사고 위험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위험성평가를 도입한 지 약 50년만에 연간 사고 사망자가 무려 87.5% 가까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우리 법제에도 위험성평가가 도입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문제는 위험성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문서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댓글에서도 보듯이 위험성평가는 다소 행정적인, 회사에서 하는 업무로만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위험성평가의 실질화, 습관화야말로 연일 이어지는 중대재해를 막는 ‘비장의 카드’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댓글 중에는 위험성평가의 취지를 정확히 담은 댓글도 있어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오늘 업무의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기, 나 자신도 조심해야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도 생각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