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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유 설비전환에 稅 지원·민관 합작 해외 자원개발 시급”

09.04.2026 1분 읽기

미국과 이란이 7일(현지시간) 2주간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합의하면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옥죄왔던 에너지 수급 위기도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어 중동의 긴장 상태가 완전히 해소됐다가 보기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생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원유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나프타 등 제조업 전반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더욱 촘촘히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2주 내에 가시적 성과를 얻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주간 휴전이 선언됐다고 해도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면 일종의 작전시간이 주어진 만큼 빠르게 체력을 보충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이란 전쟁은 취약한 우리 경제의 쏠림 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유의 대중동 수입 의존도는 67.1%에 달하고 나프타(44.7%), 알루미늄괴(합금·46.3%), 무수암모니아(42.9%), LNG(33.0%), 폴리에틸렌(31.1%), 석유코크스(30.6%), 헬륨(24.3%) 등 주요 원자재 역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원은 단순 연료를 넘어 반도체·정유·석유화학·자동차·제철 등 핵심 산업 전반의 생산 필수 요소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에너지·화학 중심으로 중동 의존도가 높은 ʻ수입 집중형’ 교역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전쟁으로 단순한 에너지 공급 차질을 넘어 원자재 확보 지연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정 중단형 산업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단기적으로는 나프타를 중심으로 한 수급 공백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다변화와 설비 전환, 해외 자원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2주간의 휴전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한 달 가까이 물량이 들어오지 못해 향후 2~3주간 공급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나프타를 중심으로 한 수급 조정과 함께 보건·의료·생명 등 필수 분야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 설비는 특성상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구조 전환과 맞물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 설비 구조 전환에 정부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동산 중심의 중질유 수입 구조를 캐나다·러시아·베네수엘라 등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경질유 수입을 압박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정유사 설비의 일부를 경질유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호주나 일본의 사례처럼 설비 전환을 안보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세제 지원이나 보조금 등을 통해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도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지만 당장 석유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료 공급망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정유사의 설비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 확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일본처럼 해외 자원 지분을 확보해 평상시에는 수익을 내고 위기 시에는 물량을 들여올 수 있는 해외 자원 상사들이 있어야 한다”며 “아프리카와 남미의 중질유 개발 사업 등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원 개발을 공기업이 주도하면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민간과 공기업이 합작하는 방식이 낫다”며 “자원 개발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경험을 쌓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동·유럽을 잇는 주요국의 신(新)물류망 구상에 우리 정부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호르무즈해협·바브엘만데브해협·수에즈운하 등 과거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던 중동의 3대 해상 초크 포인트(물류 요충지)가 저비용·산발적 공격이 가능한 비대칭 무기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국지적인 공격에도 취약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 경로 재편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중동에는 3개의 해상 물류 요충지가 밀집돼 하나의 분쟁이 복수의 병목을 동시에 위협하는 리스크가 있다”며 “따라서 이번 미국·이란 간 분쟁은 단기적 유가 충격과 에너지 공급망 단기 대응을 넘어 반복되는 지정학 충격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 및 공급망 재설계 필요성을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길 연구위원은 새로운 다자간 개방형 신물류망 구축 시도에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인 신물류망은 2023년 주요 20개국(G20)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IMEC’ 계획으로 IMEC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이스라엘,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 연결 구상에 해당된다. 기존의 불안정한 물류 요충지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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