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금속을 섞어 수소 생산량을 최대 3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친환경 전지 설계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KAIST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은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설계를 통해 전지의 반응 속도와 출력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새로운 ‘산소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산소 전극 소재는 전지에서 수소를 생산할 때 산소 생성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핵심 구성 요소다.
탄소 배출 없이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술 중에서도 ‘프로톤 전도성 전기화학 전지(PCEC)’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PCEC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물 분해 과정에서 수소 이온이 내부를 이동하면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원리에 기반한다. 하지만 높은 효율에 비해 전지 내부 산소 전극에서의 반응 속도가 느려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여러 금속 원소를 동시에 도입해 무질서도를 높이는 ‘고엔트로피’ 전략에 주목했다. 보통은 많은 원소 물질을 섞으면 불안정해지지만, 고엔트로피 현상의 경우 반대로 오히려 더 많이 섞을수록 안정한 단일 구조를 유지한다. 적절한 조성에서 엔트로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전지 안에서 수소 이온이 더 잘 움직이고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극 구조 안에서 금속 원소가 들어가는 자리(A-site)에 7종의 금속 원소(Pr, La, Na, Nd, Ca, Ba, Sr 등)를 동시에 도입한 ‘고엔트로피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산소 전극’을 설계했다.
이 전극은 금속과 산소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금속이 함께 들어간 ‘이중 구조’에 여러 원소를 섞은 고엔트로피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다양한 금속이 뒤섞이면서 전극내부의 전하 이동과 산소 관련 반응이 더욱 원활해졌고, 그 결과 전기 생산과 수소생성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났다.
또한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결과 산소 결함 형성 에너지가 기존보다 60% 이상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전극 내부에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수소 이온 이동 속도 역시 기존보다 7배 이상 빨라지며 전극 내부의 수소 생성 과정을 가속화했다.
새 전극을 적용한 전지는 성능 향상과 함께 장기간 사용 시에도 안정성을 유지했다. 실험 결과 650도(℃)에서도 기존보다 약 2.6배 높은 전력 밀도(1.77 W cm⁻²)를 기록했고 수소 생산 성능도 약 3배(4.42 A cm⁻²) 향상됐다. 또한 또한 500시간 동안 진행한 수증기 조건 테스트에서도 성능 저하가 0.76%에 그쳤다.
이강택 교수는 이날 연구 성과에 대해“엔트로피라는 열역학 개념을 활용해 전극의 반응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여 수소경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벤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16일자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