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후속 사법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8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나 이 가운데 결론이 나온 사건은 2개뿐이다. 나머지 6건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고 2차 종합특검이 새로운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파면으로 헌정 질서 파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사법적 책임 규명은 ‘현재 진행형’으로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와 법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와 1심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국회에 대한 군 투입을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관련 재판에서 비상계엄을 ‘경고성 계엄’ ‘내란몰이 소설’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8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란 우두머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건진법사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한 전 총리 재판 위증 등이다.
재판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이달 6일 3차 공판을 끝으로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다. 올해 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현재 항소심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나머지 6개 사건은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3대 특검 수사 이후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종합특검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새로운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종합특검은 이른바 ‘연어·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수사 개입 가능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특검법상 수사 상황 보고 및 수사기관 권한 오남용 의혹 조항을 근거로 사건 이첩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이달 2일 종합특검은 김건희 여사 사건 봐주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중앙지검은 2024년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했다. 종합특검은 이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당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일부 검사들은 압수수색영장 등에 직권남용의 상대방(피해자)으로 적시됐다. 다만 해당 검사들은 “자체 판단 아래 처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사법 리스크는 종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 국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1년을 맞아 진보·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진보 단체 1741개가 참여한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신자유연대는 같은 날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윤 어게인’ 집회를 개최한 뒤 헌재 인근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양측 집회의 시간과 동선이 일부 겹칠 가능성이 있어 경찰은 현장 충돌에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 통합보다 자기 정치 세력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정치권부터 국민 통합을 위해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