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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낮아지고, 화면은 넓어졌다… ‘산월’로 읽는 김환기의 전환기

09.01.2026

1950년대 후반, 김환기의 풍경화는 점차 형태와 구조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산과 달을 주요 소재로 삼은 화면은 구체적인 재현에서 멀어지며, 절제된 구성과 낮은 밀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에 놓인 작품이 1958년에 제작된 ‘산월’이다.

‘산월’은 산과 달이라는 단순한 모티프를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화면 중앙에는 낮게 정리된 산의 형상이 놓이고, 그 위로 달이 배치된다. 세부 묘사는 최소화돼 있으며, 형태는 윤곽에 가까운 선으로 정돈돼 있다. 색채 역시 청색 계열과 중간색 위주로 제한돼 화면 전체가 차분한 균형을 유지한다.

이후 김환기는 산을 주제로 한 유사한 구성을 반복하며 변주를 이어간다. ‘산’, ‘산과 달’, ‘달과 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에서는 화면 구성의 기본 틀이 유지되면서도, 산의 위치와 크기, 달의 배치, 여백의 비중이 조금씩 달라진다. 풍경은 더 이상 특정 장소를 설명하지 않고, 화면 내부의 구조를 실험하는 대상으로 기능한다.

이 연속된 산 풍경들에서 여백의 역할은 점점 확대된다. 산의 형상은 화면 아래쪽으로 낮아지고, 그 위로 넓은 빈 공간이 자리한다. 여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화면의 균형과 리듬을 조절하는 요소로 작동하며, 시선을 한곳에 머물게 한다.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던 시기, 김환기는 한국전쟁 이후의 시간을 지나 해외 체류를 이어가고 있었다. 1956년부터 파리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미술 환경을 접했지만, 이 시기의 산 풍경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기보다 회화 내부의 형식 변화에 집중한다.

‘산월’ 이후 이어진 산 연작은 김환기 회화에서 중요한 전환 과정을 보여준다. 자연을 재현하던 풍경화에서 벗어나, 형태와 공간, 화면 구조를 탐구하는 회화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 작품군에서 분명해진다. 이러한 축적된 실험은 이후 추상 회화로 나아가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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