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인제군을 가리켜 하늘이 내린 땅이라고 한다. 인제는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과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고장이다. 인제 하면 생각난 명소가 원대리 자작나무숲, 백담사와 수렴동 계곡, 설악산 오세암과 영시암, 필례약수와 방동약수, 하추자연휴양림과 내린천 그리고 곰배령과 아침가리, 방태산휴양림과 갯골유원지 등이 대표적이다. 연일 지속하는 불볕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나는데 설렘의 출발이다.
인제군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영서 북부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중앙부에 있는 군이다. 동쪽은 양양군과 서쪽은 춘천시와 접해 있다. 남쪽은 홍천군과 접하고 있으며, 북쪽은 북한 금강군과 접해 있어 접전 지역이다. 인구는 약 3만여 명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군이다. 최근 들어 귀농과 전원생활을 위한 인구 전입이 증가추세라고 한다. 지형은 대부분 산간 고냉 지대로 90% 이상이 산과 임야다.
옛날 인제를 가리켜 '인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오지의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1경 명산 설악산 대청봉(1,708m 천연기념물 171호, 국립공원 5호) 등 인제 8경이 있다. 2경은 대암산 용늪으로 정상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 자연 습지 용늪(고층습원)이 있다. 3경은 설악산 대승폭포(89m 명승 제97호), 4경은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반석이 넓고 깊은 구멍(12개)이 있는 신기한 모습이다.
인제 5경은 내린천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려 있으며 시원하게 흐르는 물길에 유원지 쉼터와 물놀이의 상징 래프팅을 즐기는 명소다. 내린천은 젊음의 낭만이 있는 천이다. 6경은 방동약수로 300여 년 전 산삼을 캐던 심마니가 발견한 약수다. 탄산과 철분이 많이 든 약수다. 7경은 내설악 백담사로 주변에 작은 담이 100개가 있다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백담사에는 만해 한용운(1879 ~1944)의 기념관이 있다. 끝으로 8경은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여 합강이라 하는데 그 강에 인제 최초의 정자(숙종2년 1676년)라고 한다.
2016년 인제군에서는 이들 명소들을 하나로 이어 걷기 좋은 길, 인제 천리길을 조성했다. 그중에 천혜의 비경을 숨겨둔 은비령 구간(10구간)을 답사했다. 은비령은 공식적인 지명이 아니다. 지도상에 표시가 없는 고개다. 은비령은 우리나라 고개 중 가장 아름다운 고개라고 소개한다. 신비스럽게 숨겨 둔 지역으로 소설 속에 있는 가상의 고개다. 은비령을 걷다 보면 소설 속의 내용이 실감 나는 설악산 한계령의 샛길이다. 은비령길은 옛날 보부상들이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인제 천리길은 인제군의 곳곳에 끊기고 방치되었던 길들을 이어서 조성한 길이다. 총 36개 코스(약 505㎞)가 인제 속살의 실핏줄처럼 이어진 길이다. 인제 천리길은 옛사람의 자취, 역사, 문화, 경관이 서린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한다. 이 옛길에는 생명의 터전과 평화의 상징, 의로운 역사가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중에 매력 있는 길은 1구간 인제 가면 언제 오나길(22km)과 3코스 인북천금강산길(15km)이다.
5코스 향로봉 가는길(26km)과 7코스 용대한계옛길(13km)과 12코스 곰배령길(11km), 17코스 미산계곡길(14km) 등이 아름다운 길로 기억된다. 이밖에도 4-1 설악마주보기길(16km). 2-1 읍내가는 길(25km), 그리고 10코스 은비령길(10km)이다. 인제 천리길에서는 매년 눈길과 함께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는데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인제 천리길은 사계절 걷기 좋은 길이지만, 인제군에서는 걷기 행사를 철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70년대의 인제 땅이 아니다. 살고 싶은 고장 중 하나로 상전벽해의 고장이다.
인제 천리길 중 은비령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강릉 출신 이순원(1958~) 소설가가 1997년 현대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 은비령이 발표된 이후다. 은비령은 25년 전 1999년 kbs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 더욱 알려진 고개다. 은비령隱秘領은 가상의 고개로 이름의 의미도 신비스럽고 숨겨둔 고개다. 드라마 내용을 상상해 본다. 드라마 내용은 죽은 친구의 아내와 연정을 내용이지만 끝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내용의 드라마다.
인제 땅에 들어서면 짙은 자연 풍광으로 낭만이 있는 휴가길이다. 높은 산봉우리마다 녹음이 절경이다. 도로를 따라 흐르는 내린천 등 강과 하천을 흐르는 물줄기가 청류다.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를 씻게 하는 고장이다. 도로는 좁고 굽은 길을 따라 하추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하추휴양림에서 필레약수까지는 깊은 계곡을 따라간다. 필례약수에서 한계령까지는 6km도 되지 않는 거리다. 필례약수는 방동약수와 오색약수와 더불어 강원도 3대 약수라 한다. 하지만 필례약수는 메말랐다. 필례계곡은 설악산과 점봉산 그리고 대암산 아래에 있는 계곡이다.
필례약수 주차장 입구는 단풍나무 터널(500m) 이다. 붉게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필례약수 이 터널길은 장관이다. 가을에 한 번은 꼭 찾아야 하는 계곡이다. 주차장 가게 간판이 은비령이다. 간판을 보는 순간 가슴이 요동친다. 약수를 찾았다. 약수는 말랐고 먹을 수 없다는 안내문이다. 매우 아쉽다는 생각을 두고 조금 오르면 한국 최고의 게르마늄을 자랑하는 필레 온천이 있다. 온천 주변에는 녹음이 짙은 나무 그늘에 조성된 아름다운 야영장이다.
은비령의 필례온천은 게르마늄 성분이 세계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성분이 좋다는 설명이다. 필례라는 이름은 주변 지형이 베를 짜는 여인을 닮았다 하여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온천에서부터 은비령 길은 시작된다. 잠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넓은 밭이 나온다. 하지만 밭은 경작하지 않은 묵은 밀밭이다. 이제부터 녹음이 짙은 숲길을 풀길을 찾아 걸어야 한다. 곳곳에 이정표와 길잡이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지만 아차 하는 순간 낙오하기 좋은 은비령 길이다. 야생천국의 숲길이다. 낯선 초행길 설렘의 걷는 길이다.
은비령을 가는 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에는 물이 말라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이다. 한적한 길에는 숲보다는 잡초들이 더 무성한 풀 길이다. 숲길에는 곰취 등 각종 취나물이 천지다. 봄철에 손길이 닿지 않아 채취하지 않은 흔적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힘들지 않은 고개를 향해 오르막길을 찾아 오른다. 좀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미지의 길을 찾아가는 묘미가 있는 인제 천리길 10코스다.
인제 천리길에는 옥스팜 트레일워커라는 리본이 휘날리고 있다. 인제 천리길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제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은비령 곳곳에 옥스팝트레일워커 리본이 길잡이를 한다. 오늘 걷는 길은 필레약수터- 필례계곡- 큰눈이고개- 군부대- 가리산방재체험마을 8km(3시간) 하늘을 볼 수 없는 숲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빼곡한 숲과 무성한 잡초들이 발목을 잡는 길이다.
인재 천리길의 이정표는 다른 길 이정표와는 다른 모습이다. 매우 이채롭다. 파랑과 붉은 리본은 30m가 멀다 하고 휘날리는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숲에 있는 바위에는 이끼가 끼어 있는데 신비스럽다. 흐느적거리는 많은 야생화가 피어 있는 야생화 천국이다. 큰눈이고개에 도착이다. 고개에는 아무런 시설물이나 표시가 없다. 다만 큰 나무 앞에 국립공원이라는 목비 하나가 서있다. 이곳이 설악산 국립공원 지대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한다.
이 고개가 은비령의 소설 배경이 된 고개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산길을 내려가는데 물소리가 들린다. 물길이 흐르는 큰골의 도착이다. 수정 같은 물이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흐른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다. 가끔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결이 흐르는 땀을 씻게 한다. 고요하고 적막한 산길이다. 새소리만 들릴 뿐이다.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길에는 멧돼지가 파놓은 흔적이 보인다. 녹음이 짙은 산에서 내려와 인도로 접어든다. 태양열 전지판이 산을 수놓고 있는 넓은 대지가 나온다.
은비령 길 하산길에 뒤돌아 보는데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한 폭의 그림이다. 여름의 산길이 이리도 예쁘다. 걸으면서 가끔 뒤를 돌아보는데 걸어온 길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설악산 대청봉1,707m로 가는 능선길이다. 혼자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지만 한번은 걸어봐야 한다. 10월 말 가을의 은비령 길을 추천한다. 필례약수 입구 단풍터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길이라고 한다. 은비령 길은 멋과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길이다. 길위의 추억을 더듬어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