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정월(음력)에는 전국에 기운이 센 산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산악회와 걷는 동호인들이 명산을 찾아 제를 지내는 문화다. 일명 시산제로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의식행사다. 산의 주인인 산신령께 한 해 동안 안전과 공동체의 화합과 건강을 다지기 위한 행사다. 시산제는 종교를 떠나 동호인들이 자연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풍습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에도 시산제를 지내는 동호인들이 많다. 용문산은 그만큼 신령스러운 산이고 천년의 향기가 그윽한 기운이 센 산기슭이다.
용문산 관광단지공원에는 많은 글과 시를 적어 놓은 비들이 서있다. 유구한 역사 속에 많은 시인과 묵객이 다녀간 곳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 화서 ’이항노(1792~1868)‘의 차용문이 눈에 들어온다. ‘봄소식 사립문에 맞았는데 돌아오느라 바쁘게 못 왔네 소반 위에 향기로운 나물 그득하며 동산에 어린 새 둥지에 깃들어 있네 병에 남은 술 따르는 것 잊었고 벽에 걸린 거문고 타는 것도 몰랐네 숲속의 꽃 묵묵히 바라보며 서산에 걸친 햇빛 창문을 비추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전하는 글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파로 추웠던 날씨가 오늘은 화창하게 햇빛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이런 날씨 또한 축복이다. 관광단지 양지바른 곳에 제단을 꾸리고 회원들이 손수 마련한 떡시루와 돼지머리, 조촐한 주포를 차려 놓고 시산제를 지냈다. 용문산령을 맞이하고 축문과 산악인의 선서를 낭독하고 모든 회원은 정성으로 일년의 안전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삼배를 올린다. 제를 마친 후 차려놓은 주포로 음복을 하고 용문사까지 왕복 걷기다. 용문사 일주문 앞에 많은 사람의 단체가 시산제를 하고 있어 다가보니 양평군 연합 산악회 시산제다.
용문사 일주문에서 용문사까지 가는 1,5km의 계곡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양지와 음지의 모습이 다른 풍경이다. 겨울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길에는 어느 가수의 사랑의 성금이 18년 동안 2억원이 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산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폭설로 인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들이 부러지고 쪼개진 모습이다. 천연 재해라지만 안타까운 자연 훼손이다. 용문사까지는 문수교, 보현교, 해탈교의 3개의 다리를 지난다. 계곡에는 출렁다리가 있지만 동절기에는 다리를 통제하고 있다. 해탈교에서 용문사 은행나무와 용문산 정상이 보인다.
양평의 진산 용문산(가섭봉) 1,157m는 원래 미지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등극한 이후 용이 날개를 달고 드나들었다 하여 용문龍門 이라는 불렀다고 한다. 용문산은 양평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경기도에서 가평의 화악산 1468, 명지산 1252 포천 국망봉 1167에 이어 네 번째 높은 산이다. 용문산은 양평 용문면과 옥천면을 경계로 하는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중원계곡과 용계계곡 등이 있는 산으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경관이 수려한 산이다.
경기도의 금강산으로 부르고 있는 용문산은 양평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산세가 큰 산이다. 용문산에는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등 명찰이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이다. 용문산 정상에서 장군봉-함왕봉-백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산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유혹이 손길이 뻗치는 매력적인 능선이다. 용문사에서 용문산 정상까지는 약 3.5km로 용의 뿔을 닮았다는 용각바위와 100여 명이 쉼을 할 수 있는 마당바위를 지나가는 등산로다. 용문사에서 사나사까지 등산로가 아름답고 재밌는 코스다. 2007년부터 정상 등산로가 개방되었다.
천년 고찰 용문사에 도착이다. 사천왕문을 지나니 신령스러운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신비스럽고 고고하게 서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다. 용문사 은행나무(높이 40m, 둘레11m)의 수령은 1,100~1,500년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각종 병화와 전란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여 천왕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조선 세종 때에는 정3품을 하사받는 명목이라 한다. 오랜만에 찾은 용문사, 많이 변화된 고찰 모습이다.
용문사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심었다는 설과, 신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지금의 은행나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설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설 자체가 신성하다는 생각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은행나무를 베어내려고 하였던 도끼 자국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에서는 피가 흐르고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쳐서 중단했다는 나무다. 이 은행나무는 동양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용문사 어디에서든지 은행나무는 볼 수 있다.
천년고찰 용문사는 평범한 사찰로 보이지만 온갖 진리가 있는 절이라고 한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에 대경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수차례 중창한 절이라고 한다. 조선말 순종 원년(1457)에 의병의 근거지로 활동을 하자 일본군이 불태웠던 사찰이다. 이때에도 은행나무는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나라에 변고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어 알렸는데 고종이 승하했을 때와 8.15 광복절, 6·25전쟁과 4.19, 5.16 당시에 이상한 소리를 가 냈다는 은행나무다.
1982년부터 용문사는 지금까지 경내 모든 전각 등을 중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경내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보물 제531호 정지국사(본명 김지천)부도 및 비 2기가 경내에서 조금 떨어진 산비탈에 서있다. 1398년 권근(1352~1409)이 비명을 지었다고 한다. 용문사 경내의 음지에는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도 있다. 경내 모든 전각을 살피는데 1시간이면 넉넉한 시간이다. 경내 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웅전 후정에서 바라보는 웅장한 은행나무 모습이 전각들 지붕 위로 보이는데 지켜볼수록 신비스럽게 여겨진다. 은행나무 옆에 100m가 넘어보이는 철탑이 서있다. 아마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철탑으로 보여진다. 철탑 맨 위에는 낙뢰 방지용 피뢰침이 있다. 그 철탑의 모습도 더불어 웅장해 보인다. 어떻게 철탑을 세웠을까? 공사했던 모습들이 궁금해진다. 용문산 등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산하는데 은행나무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전국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자료에 따르면 24그루가 있다고 한다. 당진면천읍성, 경주 운곡서원, 안동 길안면 용계리, 서울 문묘, 영동 천태산 영국사, 구리 우미내, 함양 서하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원주 반계리, 강화 볼음도 등에 분포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든 은행나무는 그 은행나무의 독특한 전설과 유래를 안고 있다. 모든 은행나무에서 느끼는 기운이 신령스러운 영목靈木이다.
용문사 일주문을 나서는데 양평 산나물축제장 앞에 두 개의 비가 서있다. 하나는 호국영목 은행수제단이며 도 하나는 호국영목 은행수송비라 적어져 있다. 영국 왕실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한국 최고의 자랑거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나라에서는 용문산 가람 언덕의 신비한 은행나무의 신기함을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국 왕실에서조차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고 감탄하였다고 한다. 1993년 비를 세우고 은행나무의 불고 장생을 위하는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때 탁주 10병을 나무에 뿌리는 주하하는 예를 올리고 무병 장생을 빌어 양평군민의 안태를 위한 기원제를 올렸다고 한다.
양평 용문산 입구는 휴양과 쉼을 가질 수 있는 휴양단지다. 온갖 산채 등 산해 진미들이 즐비한 식당이 많다. 용문산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연중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다. 전철을 이용하면 용문역까지로 편리한 교통과 사계절 등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관광단지다. 용문역에서 용문사까지는 10km가 되지 않는 거리다. 용문역에서 용문관광단지까지 양평 물소리길 6코스에 해당한다. 울창한 휴양림에서 자연과 함께 계곡 등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용문산에는 야생화 등 온갖 꽃과 수목이 울창한 큰 산이다. 머지 않아 봄이 찾아 오면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단지이다. 용문산 정상에 오르면 북서쪽은 북한강이 흐르고 남서쪽에는 남한강이 보인다. 이 두 물줄기는 양수리에서 합류하는데 이곳을 두물머리라 한다. 합류 한 두 물줄기는 팔당댐을 이루고 한강으로 흐르는 물 줄기다. 양평은 산이 많아 계곡이 많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양평을 상징하는 걷기 좋은 길이 조성되어 있다. 양평 물소리 길로 양평 전역을 걸을 수 있는 아름답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따듯한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