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 신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위해 운영하는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이 끝난 과제 5개 중 1개는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을 통해 신기술의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후속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기업들이 실증 이후 사업을 지속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6년 규제자유특구 실증과제는 모두 100개다. 이 가운데 종료된 과제는 55개이고, 그중 12개(21.8%)는 실증 종료 이후에도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았다. 사업성은 검증됐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은 것이다.
매출이 발생하는 등 사업화가 진행 중인데도 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과제도 있었다. 전남 e-모빌리티 특구의 ‘초소형전기차 주행 실증’, 제주 전기차충전서비스 특구의 ‘충전 데이터 기반 전기차 특화진단 서비스’, 광주 무인 저속 특장차 특구의 ‘공공서비스를 위한 무인 특장차 실증’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정된 지역 안에서 규제특례를 적용해 신기술·서비스를 시험하는 제도다. 실증이 끝나고 특구 지정이 해제되면 특례도 사라진다. 실증 기간에 허용됐던 사업도 일반 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된다. 법령 정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넓히거나 기존 방식대로 이어가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이라도 특구 지정이 종료되면 기존 규제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어 관련 기술을 계속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며 “일부 기업은 기존 실증 사업을 이어가지 못해 아예 다른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시허가는 규제에 막힌 제품·서비스가 법령 정비 전까지 한시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치다. 전체 실증과제 100개 중 24개가 임시허가를 받았다. 유효기간은 2년 이하다. 만료 전까지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2년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시허가는 법령 자체를 고치는 조치가 아니어서 근본적인 규제 해소와는 거리가 있다. 허가 기간이 끝날 때까지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기업은 사업을 지속할 법적 근거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한시적 규제 완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증 종료 이후 법령 정비와 사업화로 이어지는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는 실증 종료 과제의 사업화를 돕기 위해 연구개발(R&D) 기술사업화 패키지, 투자설명회(IR) 컨설팅, 사업설명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은 국회 심의와 의결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법령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 기업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정 지원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기존 규제자유특구 관련 예산은 323억 800만 원이다. 올해 500억 1900만 원보다 177억 1100만 원(35.4%) 적다. 올해 새로 지정된 규제자유특구 4곳의 사업 예산도 중기부 요구액보다 적게 반영됐다.
정부가 비수도권 신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를 위해 특구를 늘리는 만큼 기존 과제의 법령 정비와 실증 이후 사업화를 뒷받침할 후속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의원은 “규제자유특구는 지정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일관된 지원이 뒷받침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특구 지정 실적에 그치지 않고 실증 성과가 기업의 성장과 지역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전반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