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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하나만 더” 끝없이 이어지는 1분의 유혹…‘갈수록 세게, 한층 강하게’ 숏폼의 자극 경쟁

08.11.2026 1분 읽기

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에 밑줄을 긋습니다. 그 배경과 흐름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오후 11시. 잠자리에 누운 20대 직장인 A씨가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잠깐 영상을 보고 자려는 생각에 유튜브를 켠다. 처음에는 요리 쇼츠를 봤다. 이어 여행지 소개 영상이 등장했고 다음에는 재미있는 예능 장면이 이어진다. 하나만 더 보고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화면을 넘기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다.

짧은 영상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숏폼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영상 등이다. 수십 초에서 수분 이내에 끝나는 영상은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 일상 속 자투리 시간에 즐기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웃음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 경제 등에 사회 각 영역에서도 숏폼 형식이 활용된다.

숏폼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미디어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우선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긴 콘텐츠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다음 영상을 추천하면서 시청을 멈추기도 쉽지 않다. 공급자들의 조회수 확보 경쟁 속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주의력과 자기조절 능력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된다. 정보 습득과 관심 분야 확장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있는 만큼 숏폼을 어떻게 소비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명 중 6명 숏폼 본다…“짧아서 부담이 없다고?”

숏폼 시청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전국 10세 이상 국민 6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숏폼 이용률은 58.6%로 나타났다. 숏폼을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유튜브 쇼츠가 9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스타그램 릴스(30.9%), 틱톡 영상(21.1%), 네이버 클립(6.7%) 순이었다.

사람들이 숏폼을 보는 가장 큰 이유(복수 응답)는 짧아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76.0%가 짧은 영상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부분만 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도 51.4%나 됐다. 추천 알고리즘 때문에 본다는 응답은 47.0%였다. 짧은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이용자의 취향에 맞춰 영상을 계속 보여주는 플랫폼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숏폼은 뉴스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숏폼으로 뉴스를 본 성인은 22.9%로 전년(11.1%)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짧은 영상이 오락과 여가를 즐기는 순간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를 접하는 경로로도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나만 더 보려다 한 시간…멈추기 힘든 소비 구조

숏폼 플랫폼은 이용자가 별도로 검색하거나 다음 영상을 선택하지 않아도 새로운 영상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시청 이력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면서 소비자가 다른 영상을 선택하는 과정도 간소화됐다.

짧은 영상은 한 편을 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적게 든다. 긴 영상을 시청할 때는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짧은 영상은 잠깐의 틈만 나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콘텐츠 소비를 시작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소비가 반복되면 잠깐만 보겠다던 계획과 달리 상당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특히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수면 시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몇 편만 보려던 영상이 계속 시청하게 되면서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 식이다. 영상 시청 자체뿐 아니라 화면에서 나오는 빛과 자극적인 콘텐츠도 수면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롱폼 볼때도 배속 재생…달라지는 콘텐츠 소비 방식

숏폼의 확산은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긴 영상보다 짧고 핵심적인 내용만 간단하게 담긴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들도 짧은 영상 형식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을 짧게 편집하거나 긴 인터뷰를 핵심 내용 중심으로 재구성해 내보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일부 TV 방송 채널의 경우 아예 숏폼을 연결해 보여주기도 한다.

콘텐츠 소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긴 호흡의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긴 강연 등 이른바 롱폼을 시청할 때도 핵심 장면을 먼저 찾거나 배속 재생을 활용하기도 한다. 긴 글을 읽기보다 짧은 요약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아졌다.

다만 짧은 영상에 익숙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긴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용 목적과 콘텐츠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때는 짧은 영상이 효율적이지만,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거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접할 때는 긴 콘텐츠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정보 습득부터 취미 발견까지…숏폼의 긍정적 효과

숏폼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짧은 영상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관심 분야를 넓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숏폼을 통해 기본 동작과 자세를 익힐 수 있고, 요리에 관심이 생긴 사람은 간단한 조리법을 접한 뒤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다. 이처럼 숏폼은 새 분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하도록 돕는다.

짧은 영상은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도 활용된다. 어려운 정책이나 경제 현상을 핵심 내용 중심으로 설명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 글이나 영상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용자에게 새로운 정보 습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조회수 노린 ‘쇼츠 정치’…극한 갈등 장면, 콘텐츠로

숏폼은 정치·사회적 이슈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지만, 자극적인 장면을 부각해 갈등을 키우기도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설전이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온라인에 확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6일 국감장에서 “유튜브 찍으려고 이러는 것이냐”고 지적하자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는 위원장이 잘 찍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이처럼 국감장에서 벌어진 설전이 숏폼으로 소비되면서 정책 관련 논의보다 의원들의 말다툼과 자극적인 장면이 더 주목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하는 특성상 맥락이 생략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강조되기 쉽다.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편적인 장면이나 문장만으로 접하면 사실관계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건강과 투자, 정치 등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영상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원자료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숏폼 많이 본 사람, 주의력과 자기통제력 낮은 경향

숏폼 이용이 늘면서 집중력과 자기조절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심리학회 학술지 사이컬라지컬 불러틴(Psychological Bulletin)에 2025년 9월 발표된 메타분석은 총 71개 연구, 9만 8299명의 자료를 종합해 숏폼 이용과 인지기능 및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숏폼을 많이 이용한 사람일 수록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주의력, 억제통제 능력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숏폼 이용과 인지기능 사이의 관계가 곧바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집중력이 낮은 사람이 숏폼을 더 자주 이용할 가능성도 있고, 수면과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숏폼 시청이 집중력을 직접 떨어뜨린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용 시간과 콘텐츠 소비 방식, 개인의 생활 습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분 영상이 채운 시간…우린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시청하곤 했다. 또 영화를 보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은 크게 줄었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도 즐길 수 있는 영상은 늘어났고, 이용자들은 이전보다 많은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해서 여가 시간이 반드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시작한 영상 시청이 다른 활동을 대신하고, 잠들기 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짧은 영상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숏폼은 현대인의 생활에 맞춰 등장한 편리한 콘텐츠 형식이다. 짧은 시간에 정보를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영향력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영상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소비를 멈추는 일은 이용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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