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이래 가장 강한 엘니뇨가 올겨울 절정을 맞는다. 기상청은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따뜻하고 눈과 비가 잦은 겨울을 보낼 것으로 내다봤고, 세계 식량 가격 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한국도 영향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발생한 엘니뇨는 역대 가장 강한 엘니뇨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6도 높았고 8~10월 3개월 평균 편차도 2.4도로 자료가 확인되는 1950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한 엘니뇨로 꼽히는 1997년(2.4도)과 2015년(2.3도)의 10월 편차를 모두 웃돈다.
지난달 11~17일 감시구역 수온은 30.0도로 평년보다 3.3도 높아 ‘강한 엘니뇨’ 기준(편차 1.5도 이상)을 크게 넘어섰다. 엘니뇨는 3개월 이동평균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이어질 때 첫 달부터 발생한 것으로 본다. 엘니뇨는 통상 겨울에 강해지는데 이번에는 12월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따뜻하고 눈·비 잦은 겨울…엘니뇨 때 11월 강수량 평년의 2배
엘니뇨가 강해지면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이 약해지고 필리핀해와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 들어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늘어난다.
서울대 국종성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한 1982/83년, 1997/98년, 2015/16년에 엘니뇨 발달기인 11월 강수량이 평년의 2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도 11월과 12월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고, 내년 1월은 기온이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엘니뇨만으로 올겨울 날씨를 단정할 수는 없다. 겨울 날씨는 인도양과 대서양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파 같은 급격한 날씨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입동인 7일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1도까지 떨어져 올가을 처음 영하권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식량 가격에도 경고등…쌀·팜유·설탕·커피 최대 두 배 가능성
엘니뇨는 한국 밖의 날씨를 통해서도 가계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동남아와 호주에서는 가뭄과 산불, 남미 연안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잦아지고 쌀과 팜유, 설탕, 커피 같은 작물의 작황이 나빠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엘니뇨로 세계 식량 원자재 가격이 평균 15.8%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공급 상황에 따라 일부 품목은 50~100% 이상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곡물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주요 생산국에서 가뭄이나 폭우가 발생하면 국내 물가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 가격 영향은 품목별로 다르고 공급 차질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영향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9월 엘니뇨가 이미 확립됐으며 올해 말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정점에 이르고 내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전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9월 전망에서 10~12월 상대해양니뇨지수(RONI)가 2.5도 이상으로 1950년 이후 가장 강한 엘니뇨가 될 확률을 75%로 제시했다. 영국 기상청은 내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역대 최강의 엘니뇨는 기후변화의 결과는 아니지만 온난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따뜻하고 눈과 비가 잦은 겨울과 식량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