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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해킹에 부각된 코인 동결권…발행사 권한 어디까지

07.11.2026 1분 읽기

북한 해킹 조직이 탈취한 가상화폐 수십억 달러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동결하면서 발행사의 자산 통제 권한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자산이라도 발행사가 특정 지갑의 자금 이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자금 차단에 효과적이지만 발행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면 이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산 동결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부당하게 자금을 묶었다는 소송뿐 아니라 도난 자산을 제때 동결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소송도 제기됐다. 발행사가 어느 상황에서 자금 이동을 막아야 하고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 져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동결 기능은 최근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에 따르면 10월 29일 발생한 해킹으로 약 63억 6000만 달러의 가상화페가 탈취됐다. 사건 직후 테더와 서클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약 26억 7000만 달러의 스테이블코인을 동결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차원의 조치까지 포함하면 약 27억 달러로 전체 탈취액의 42%에 해당한다.

발행사들이 자금을 묶을 수 있었던 것은 스테이블코인에 특정 지갑의 거래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개인 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도 예외는 아니다. 발행사는 스마트계약에 마련된 권한을 이용해 특정 주소에서 토큰을 보내거나 받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지갑의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개인키를 확보할 필요도 없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탈중앙화돼 있더라도 그 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까지 발행사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닌 셈이다.

동결 요건은 발행사별로 정해져 있다. USDT 발행사 테더는 공식 약관에서 법률에 따른 요구뿐 아니라 자체 판단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토큰을 동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불법행위가 의심되거나 약관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특정 지갑 주소를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USDC 발행사 서클도 거래 차단 정책을 운영한다. 법률이나 유효한 법적 명령을 준수해야 하는 경우뿐 아니라 긴급한 정부 요청이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의 안전성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주소를 차단할 수 있다. 리플 역시 RLUSD 이용약관에서 관련 법률이나 내부 준법 정책에 따라 지갑을 동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발행사가 자산 동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반면, 이러한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발행사의 동결 조치가 정당했는지뿐 아니라 자금을 동결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까지 다투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송금 기업 콘듀잇은 10월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테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테더가 회사 운영자금으로 보유하던 약 276만 달러의 USDT를 동결한 뒤 1년 넘게 해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콘듀잇은 브라질 경찰이 해당 지갑을 동결 대상으로 지정한 적이 없으며 자사도 관련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8월에는 태국인 2명이 테더를 상대로 약 4242만 달러의 USDT 동결을 해제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원고 측은 테더가 지난해 10월 법원의 압류 영장 없이 자금을 동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발행사가 자금을 동결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을 묻는 소송도 제기됐다. 4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플랫폼 드리프트 프로토콜 해킹 피해 투자자들은 서클이 도난당한 USDC를 신속히 동결하지 않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서클에 자산 이동을 차단할 기술적 권한이 있었는데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클 측은 법 집행 기관이나 법원의 지시에 따라 동결하는 것이 원칙이며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산의 소유권이나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해외 분쟁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는 국내에도 시사점을 준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월 발표한 자금세탁방지 업무계획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단계부터 동결·소각 기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자산의 이동을 신속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발행사에 자금을 동결할 기술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상황에서 이를 행사해야 하는지, 잘못된 판단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지는지까지 해결하기 어렵다.

미국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에 적법한 명령에 따른 자산 동결·소각 의무를 명시했다. 발행사는 관련 명령을 이행할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명령은 관할 법원이나 권한 있는 연방기관이 발부하고 대상 자산이나 계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죄 자금을 신속히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행사가 어떤 근거로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지, 부당한 동결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지는지까지 법률로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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