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나 어지럼증 때문에 찍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뇌에 혹이 보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크게 놀란다. ‘뇌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는 그만큼 무겁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뇌종양 중 상당수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뇌수막종이다.
뇌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원발성 뇌종양 가운데 가장 흔하다. 전체의 30~40%를 차지하며 중년 이후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 양성이고 자라는 속도도 매우 느리다. 최근 MRI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아무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종양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세 가지를 살펴본다. 증상이 있는지, 종양의 크기와 위치는 어떤지, 주변 뇌에 부종이 동반됐는지 등이다.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다면 곧바로 치료하기보다 정기적으로 MRI를 찍으며 지켜보는 경과 관찰이 표준적인 방법이다. 보통 첫 추적 검사는 6개월에서 1년 뒤에 시행하고, 크기 변화가 없으면 검사 간격을 점차 늘린다. 실제로 많은 환자에게서 수년간 종양의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추적 검사에서 종양이 눈에 띄게 커지거나, 두통과 경련, 시력 저하, 팔다리 힘 빠짐 같은 증상이 생기거나, 주변 뇌에 부종이 나타나는 경우다. 이때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다. 종양의 위치나 크기,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에 따라 감마나이프 같은 방사선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는 환자마다 다르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환자들은 수술의 필요성과 악성 여부, 경과 관찰 중 종양이 커질 가능성 등을 걱정한다. 먼저 “빨리 떼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증상이 없는 작은 뇌수막종은 서두를 이유가 없고, 불필요한 수술이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암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뇌수막종의 약 80%는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상 1등급의 양성 종양으로, 천천히 자라며 치료 후 예후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약 15~20%는 2등급(비정형)으로, 1등급보다 재발 가능성이 높아 치료 후에도 더 촘촘한 추적이 필요하다. 1~3% 정도는 3등급(역형성)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재발이 잦아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등급은 MRI만으로 확정할 수 없고 수술 후 조직검사로 결정된다. 우연히 발견된 작은 뇌수막종은 대부분 1등급이지만, 정기 추적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관찰만 하다가 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정기 검사를 성실히 받는다면 변화를 조기에 포착해 적절한 시기에 대응할 수 있다.
경과 관찰 중에는 두 가지 사항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정해진 시기에 추적 MRI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켜보는 치료’다. 둘째, 새로운 두통이나 시야 이상, 경련, 감각·운동 변화가 생기면 정기 검사일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은 종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에서 종양이 발견됐다는 말은 분명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추적이 이뤄진다면 많은 환자가 일상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 정확한 정보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