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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복지지출 52조 과소 추계 우려…반도체 꺾이면 재정건전성 ‘흔들’

04.11.2026 1분 읽기

정부가 향후 5년간 필요한 복지 의무지출을 국회예산정책처보다 51조 9000억 원 적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예정처가 자체 중기재정전망을 내놓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반도체 세수 호황을 바탕으로 지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복지 부담을 낮춰 잡으면 재정 여력이 실제보다 넉넉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예정처의 ‘2026~2030년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복지 의무지출은 올해 199조 9000억 원에서 2030년 273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은 8.2%로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6.9%를 웃돈다. 양측의 5년 누적 격차가 5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지방이전재원과 이자지출 등의 차이까지 합치면 예정처의 5년간 총지출 전망은 정부 계획보다 79조 9000억 원 많다. 2030년 총지출은 1035조 8000억 원으로 정부의 1005조 2000억 원보다 30조 6000억 원 크다.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정부 예상인 53.5%를 넘어 54.9%에 이른다. 연구개발(R&D)과 성장 투자를 확대하면서 늘어나는 의무지출까지 감당하려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은 국민연금이다. 정부는 2026~2030년 급여 지출을 318조 원으로 잡았지만 예정처는 21조 원 많은 339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하는 국민연금연구원 전망은 342조 원으로 정부보다 24조 원 많았다. 정부 계획이 기금 편성의 토대가 되는 연구원 전망에도 못 미친 셈이다.

국민연금 급여를 적게 편성했다가 사후에 증액하는 일은 이미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2022~2025년 4년 연속 기금운용계획을 바꿔 급여 지출을 각각 3조 5000억 원, 2조 9000억 원, 5000억 원, 1조 2000억 원 늘렸다. 예정처는 가입·수급 이력으로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는 지출인 만큼 추계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에서도 정부와 예정처의 판단은 엇갈린다. 정부는 5년간 85조 원을 예상한 반면 예정처는 9조 6000억 원 많은 95조 원을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와 육아휴직 이용 증가로 급여가 예상보다 빠르게 집행된 점 등을 반영한 결과다.

기초연금의 5년간 국비 소요액은 정부가 136조 원, 예정처가 143조 원으로 차이는 6조 4000억 원이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저소득층 급여를 높이고 부부 동시 수급에 따른 감액을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 예산을 계산하면서 소득구간마다 전액·감액 수급자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예정처는 저소득층일수록 국민연금 수급이나 부부 동시 수급에 따른 감액을 덜 받는 특성을 반영하면 지출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세입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이 최소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꺾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세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복지 지출마저 계획을 웃돌면 투자 축소나 추가 차입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세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역시 지속적인 지출 부담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비 45조 4000억 원의 58.4%가 기존 사업 이관분이며 아동기본수당처럼 줄이기 어려운 지출도 포함돼 있다. 기금 재원이 감소하면 일반회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3일 국회 공청회에서 “오늘의 호황으로 시작한 사업의 부담을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속 사업은 일반회계에 두고 기금은 세수 변동 완충과 한시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두 기관의 전망 차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중기적인 의무지출 증가 추세를 반영해 예산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도 “한 번 도입한 복지사업은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지출 규모에 대한 정교한 추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정부가 임의로 과소 추계한 것이 아니다”라며 “양 기관 중장기 전망의 차이는 매년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 의무지출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양 기관 간 격차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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