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후공정(OSAT) 1위 업체 하나마이크론이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공장 증설에 나선다. 국민성장펀드는 국내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500억 원을 저리 대출로 지원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하나마이크론이 삼성전자 엑시노스 2700 등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 테스트 공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첨댠전략산업기금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체 사업 규모 700억 원 가운데 200억 원은 하나마이크론이 자체 부담한다.
김휘종 하나마이크론 재무그룹장은 “글로벌 첨단 패키징 시장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확대로 본격적인 성장세로 진입했다”며 “단순 임가공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완제품 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된 만큼 중장기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 자금 조달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요국 국고채 금리 상승과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운영사) 자금 조달 등으로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은행 차입은 대기업에 비해 한도가 제한적이고 금리 등 조건도 유리하지 않다. 무엇보다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 등은 주기적으로 차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내다 본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이에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상반기부터 국민성장펀드 지원을 적극 추진한 결과 500억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저리 대출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자는 국고채 금리 수준인 데다 3년 거치 후 7년 분할상환하는 구조로 만기도 길다.
하나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박상묵 전무는 “회사채는 발행시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질 뿐 아니라 시장에서 주로 2년물을 선호해 이번 투자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성장펀드는 리스크나 수익성보다는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원 규모나 만기, 금리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했다.
다만 국민성장펀드 지원을 받고 싶다고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9월 이후로는 신설된 리스크관리위원회 검토를 받아야 한다. 기금위는 하나마이크론 심사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질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국내 후공정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 금융위는 “하나마이크론 지원을 통해 첨단 반도체 후공정 역량을 강화해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성장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의 역할도 컸다. 산은은 하나마이크론이 첫 자체 공장을 지을 때부터 건물을 한 동씩 증축하거나 테스트 설비를 대량으로 사들일 때마다 자금을 지원했다. 리먼 사태 때도 금융 지원에 나섰고 베트남 투자도 도왔다. 박 전무는 “산은이 오랫동안 회사와 거래하면서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신속하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