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장과 주요 기반시설을 제어하는 산업제어시스템(ICS) 관련 장비의 인터넷 노출 규모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일본·중국 등 제조업 강국보다 많은 장비가 외부 사이버 공격의 잠재적 접점인 ‘공격표면’에 노출되면서 산업시설 보안에 경고등이 켜졌다.
1일 사이버 보안 검색 엔진 쇼단(Shodan)을 활용한 국가별 ICS, 운영기술(OT) 노출 현황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탐지된 산업 제어 장비는 3891개로 집계됐다. 미국(1만 8881개), 이탈리아(5684개), 스페인(5479개), 튀르키예(4680개)에 이어 세계 5위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3228개)보다 21%, 일본(2971개)보다 31% 많았고 중국(2194개)의 1.8배에 달했다.
이번 분석은 지난 7월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학술지인 ‘한국컴퓨터정보학회논문지’에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이 10월 26~29일 기준 국가별 ICS·OT의 인터넷 노출 현황을 추가 조사한 결과다. ICS는 제조 공장의 생산설비와 전력·수도·교통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을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인터넷에서 탐지된 장비가 모두 실제 해킹 가능한 장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접근통제가 미흡할 경우 공격자의 침투 경로로 악용될 수 있다. 특히 주요 제조업 강국보다 많은 산업 제어 장비가 인터넷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시설의 외부 연결 및 접근통제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를 이끈 윤승한 국방기술품질원 기술침해분석팀 팀장은 “산업 제어 장비의 인터넷 노출은 국가 산업 기반의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기사5면
실제 제조업은 사이버 침해사고가 가장 많이 관측된 업종이다. IBM의 ‘2026 X-Force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은 지난해 IBM이 관측한 사이버 침해사고의 27.7%를 차지해 5년 연속 업종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AI)·로봇 도입으로 생산설비와 외부 시스템의 연결이 확대되는 가운데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사를 통한 침해가 생산 중단과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제어장비의 인터넷 노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외부 접근을 차단하는 등 선제적인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 팀장은 “인터넷에 노출된 산업제어장비를 전수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망과 격리해야 한다”며 “방화벽 규칙을 정비하고 업무망과 생산설비 제어망 사이에 보안 완충지대인 ‘산업용 DMZ’를 도입하는 등 네트워크 분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