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 그룹 회장이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등 협력 과제를 점검했다. 오픈AI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유치 목표를 대폭 낮추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직후 성사된 회동인 만큼, 핵심 공급선과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올트먼 CEO는 전날 서울 모처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000660) 와 SK텔레콤(017670) 주요 임원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HBM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양측이 이미 추진 중인 협력 과제가 주된 화제였을 것으로 관측한다.
SK와 오픈AI는 지난해 10월 메모리 공급 의향서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SK는 오픈AI의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의 핵심 파트너로 합류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D램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 장에 달하는 HBM 공급 요청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SK텔레콤 역시 오픈AI와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세우고, 이를 발판 삼아 기업 고객과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AI 활용 사례를 찾는 한편 차세대 데이터센터 기술 개발에도 손잡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회동의 시점에 주목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가 지난달 300억 달러(약 40조 원)로 제시한 투자 유치 목표를 한 달 만에 200억 달러(약 26조 7000억 원)로 낮춰 잡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인프라의 과잉 투자와 수익화 속도를 둘러싼 거품론이 고개를 든 탓이다.
투자 속도 조절 기류 속에서도 올트먼 CEO가 직접 방한해 최 회장을 찾은 것은 차세대 AI 모델 구동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 조달이 여전히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AI 가속기의 핵심 병목으로 꼽히는 고성능 HBM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인프라 구축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 올트먼 CEO가 직접 나서 공급망을 공고히 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두 사람은 올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도 만나 AI 인프라 분야의 장기 협력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