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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관객은 줄어드는데…티켓값 20만원 시대

01.11.2026 1분 읽기

브로드웨이에서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 ‘해밀턴’이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다. 작품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티켓 가격이다. VIP석이 무려 22만 원.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컬 티켓값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그동안 대형 뮤지컬들은 최고가 좌석을 19만 원 이하로 책정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20만 원을 넘지 않았다.

‘해밀턴’은 오는 12월 17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국내 첫 공연의 막을 올린 뒤 내년 1월 21일~3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부산과 서울의 티켓 가격은 동일하다. VIP석이 22만 원으로 가장 비싸고 R석 18만 원, S석 14만 원, A석 10만 원, B석 7만 원이다. 두 사람이 VIP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려면 티켓값으로만 44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4인 가족이라면 88만 원에 달한다. 식사비와 교통비 등을 더하면 공연 한 편을 관람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셈이다.

뮤지컬 티켓값은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12월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을 앞둔 ‘스위니토드’의 VIP석 가격은 18만 원이다. 2022~2023년 공연 당시 15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만 원(20%) 올랐다. 국내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 ‘시카고’ 역시 2024년 공연 당시 16만 원이었던 VIP석 가격을 올해 12월 개막하는 공연에서는 17만 원으로 올렸다. ‘레베카’도 2023년 17만 원이었던 VIP석 가격을 올해 18만 원으로 책정했다.

코로나 팬데믹 후 본격화된 티켓플레이션

뮤지컬 티켓 가격 인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됐다. 한동안 14만~15만 원 선에 머물렀던 대극장 뮤지컬 VIP석 가격은 2022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6만 원을 책정하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 이어 ‘물랑루즈!’가 18만 원, 2023년 ‘오페라의 유령’이 19만 원으로 최고가를 끌어올렸다. 불과 몇 년 사이 대작 뮤지컬의 VIP석 가격이 4만~5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그럼에도 20만 원은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마지노선이었다. 2023년 ‘오페라의 유령’이 19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을 당시에도 관객들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올해 12월 22일 개막하는 ‘오페라의 유령’의 VIP석 가격 역시 19만 원으로 3년 전과 동일하다. 지난해 해외 투어 공연팀이 내한한 ‘위키드’도 VIP석 가격을 19만 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한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무대 세트와 특수효과, 높은 라이선스 비용 등으로 VIP석 가격이 20만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19만 원으로 책정됐다. 대형 제작사들도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20만 원’이라는 저항선을 섣불리 넘지 못한 것이다.

제작사들이 티켓 가격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제작원가 상승이다. 대형 뮤지컬 한 편에는 배우뿐 아니라 무대·조명·음향·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명에서 100명이 넘는 인력이 참여한다. 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 무대 제작비, 공연장 대관료 등이 꾸준히 오르면서 제작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는 무대 설치와 철거, 기술 리허설 등 노동집약적인 작업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한다.

게다가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해외 배우와 스태프의 이동 및 체류비, 대규모 무대 장비 운송비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운송료와 항공료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환율 상승 역시 해외 출연진이 참여하는 공연의 제작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제작비 상승분을 티켓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흥행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일부 열성 팬들이 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이른바 ‘회전문 관객’의 비중이 적지 않은 시장이다. 티켓값이 오르면 VIP석을 구매하던 관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좌석으로 이동하거나 관람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관객수 줄고, 매출은 감소 …뮤지컬 시장 위축

최근 전체적인 뮤지컬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뮤지컬 티켓 예매 수는 401만5051매로 지난해 같은 기간(416만5481매)보다 3.6% 감소했다. 티켓예매액은 2420억3833만 원에서 2167억1776만 원으로 10.5% 줄었다. 같은 기간 공연 건수는 2045건에서 2239건으로 9.5% 늘었다. 공연 공급은 증가했지만 예매 수와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셈이다.

하반기에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30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7~9월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14.1% 감소했다. 공연 건수는 5.7%, 공연 회차는 8.3%, 티켓예매수는 11.9% 줄었다. 전체 공연시장의 티켓예매수가 4.6%, 판매액이 7.5%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뮤지컬의 감소 폭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해밀턴’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격 수용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일반 예매는 오는 11일 시작된다. 부산은 오후 2시, 서울은 오후 3시에 티켓을 오픈한다. 작품의 명성과 해외에서 검증된 흥행 성적은 강점이다. 반면 미국 건국사를 배경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영어 랩과 노래는 한국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까지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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