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계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20분 만에 63억 달러를 탈취했다. 이들은 자금 동결을 피하기 위해 시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탈취 자산을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속도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록체인 분석기관 TRM랩스·체이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해커들은 바이낸스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해킹해 일반적인 승인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서명 권한을 확보했다.
공격은 미 동부시간 29일 오후 4시 5분께 시작됐다.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지갑 10곳을 겨냥한 해커들은 4분 만에 2억 3346만 XRP를 자신들의 계정으로 옮겼다. 이어 솔라나와 옵티미즘 지갑을 장악하고, 오후 4시 20분에는 비트코인 1만 8270개를 빼냈다. 2분 뒤에는 테더(USDT) 6억 1270만 개를 무단 인출했다. 분석기관들은 공격에 자동화 시스템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했다.
해커들은 탈취 직후 약 3억 2500만 달러(약 4341억 원) 상당의 자산을 이더리움 12만 2300개로 교환했다. 당시 이더리움 시세는 개당 2300~2350달러였지만 이들은 약 2650달러를 지불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동결할 수 있는 만큼 웃돈을 주더라도 신속히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발행사를 통한 동결이 어렵다.
이들은 또 6000만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이더리움 1만 9760개를 빌렸다. 테더와 서클 등이 각각 15억 7000만 달러, 8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지만 이미 상당한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바뀐 뒤였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움직임도 드러났다. 해커들은 소액을 먼저 보내 지갑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거액을 이체했다. 여러 지갑 사이에서 자금을 반복적으로 주고받으며 추적망도 교란했다.
다만 지난달 비트겟 해킹 자금과 이번 탈취 자금이 뒤섞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단서로 지목됐다.
바이낸스는 고객 자금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텅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자금을 피해 복구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창업자 자오창펑도 이용자 자금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과 회사 보유 자금, 자오 창업자의 스페이스X 주식 등을 동원해 손실을 메울 방침이다. 일시 중단한 출금 서비스는 약 34시간 안에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은 조사에 착수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이번 사건을 단일 해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