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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방치땐 우울증 이어져…약물·디지털 치료 병행이 효과적”

31.10.2026 1분 읽기

신 모(19)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업 성적이 줄곧 상위권이었다. 성적은 상위 95% 이상을 유지했지만 선생님들은 그가 가끔 산만하거나 숙제를 끝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주의력 문제는 우수한 학업 성적에 가려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 군은 시험을 앞둘 때마다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 피로가 심해졌고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신 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주의력 문제만 나타나는 환자는 학업이나 직업 기능이 떨어지기 전까지 ADHD 증상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ADHD를 방치하면 우울증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약물치료와 디지털 치료 등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뇌 안에서 주의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낮은 것이 원인이다.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뇌 손상, 뇌 질환, 미숙아 출생 등도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전세계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ADHD 유병률을 약 3~8%로 추정하고 있다. ADHD 증상은 보통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개선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국내 ADHD 환자 수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ADHD 치료제 보험급여 적용 범위가 2016년 9월 6~18세에서 65세로 확대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진단·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ADHD 환자 수는 2021년 10만 5939명, 2022년 14만 7283명, 2023년 20만 5535명, 2024년 26만 6580명, 2025년 32만 5221명 등으로 매년 늘어났다.

ADHD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일회성 검사결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ADHD는 최근 몇 달 사이 갑자기 나타난 주의력 문제가 아니라 아동기에 시작돼 장기간 지속되는 신경발달장애이기 때문이다.

진단은 아동과 성인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아동은 부모와 교사가 관찰해 평가하는 ‘한국판 ADHD 평가 척도(K-ARS)’를 활용한다. 성인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ASRS)’와 어린 시절 증상을 복기하는 ‘성인용 유년기 증상 평가 척도(WURS)’를 사용한다. 설문 점수와 전문의 정밀 면담 등을 종합한 ‘임상적 판단’으로 ADHD를 최종 확진한다.

김 교수는 “간단한 신경심리검사에서 주의력 지수가 낮게 나왔다고 ADHD로 진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증상과 기능의 변화를 확인하는 체계적인 종적 평가가 진단 과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치료는 약물과 인지행동 치료, 디지털 치료 등 비약물 방식을 병행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치료 약물은 크게 정신자극제와 비정신자극제로 나뉜다.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력과 집중력, 행동 조절에 관여한다. 정신자극제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주의력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 등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해 물질의 농도를 늘려준다. 약효는 1~3시간 내 빠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즉각적으로 높이면서 교감신경계까지 함께 활성화기 때문에 두통, 불면, 식욕 저하, 혈압·심박 수 상승 같은 부작용이 있다.

비정신자극제인 아토목세틴 역시 전전두엽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비정신자극제는 교감신경계에 주는 자극은 최소화하고, 전전두엽의 신경전달물질만 선택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중독성, 식욕·수면 문제, 심혈관 부담이 낮다. 다만 6~8주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약효를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만약 고용량을 먹는다든지 복용을 통제할 수 있는 부모나 선생님이 없다면 중독 위험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약물을 많이 먹거나 오래 먹을수록 효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적절한 용량을 지키고 의료진의 관리 아래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물치료만으로 일상 적응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약물이 주의력과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뇌 기능을 개선한다면 인지행동치료와 부모교육, 사회기술훈련 등 비약물치료는 환자의 사회적 적응이나 또래 관계 적응을 도와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최근에는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가 기존 약물 중심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 이모티브의 아동 ADHD 디지털 치료기기 ‘스타러커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기는 2024년 8월 식약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공식 지정받은 후 올해 2월 정식 발매됐다. 현재 국내 138개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반 게임이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을 기반으로 사용되는 스타러커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게임 형식의 인지 훈련을 진행한다. 스타러커스의 연구·임상에 참여한 김 교수는 “디지털 치료는 부분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약물 치료의 효과를 보완·강화한다”며 “특히 스타러커스와 같은 디지털 치료 프로그램은 인지행동치료의 여러 요소 중 뇌의 ‘실행 기능’과 직결된 인지 영역을 개선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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