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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 “양준호다운 옷차림부터 위축된 어깨까지…디테일 하나하나 고민했죠”

30.10.2026

인기리에 종영한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양준호 대리는 실무 능력이 뛰어나지만 사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해 승진에서 누락되는 인물이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낸 배우 서현우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양준호가 입을 법한 옷과 가방부터 살짝 기울어진 어깨, 앞으로 모은 손까지. 인물의 성격과 처지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모습에서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의 집요한 고민이 엿보였다.

양준호는 경력직으로 입사해 뛰어난 실무 능력을 인정받지만, 조직 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해 승진에서 누락된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 자체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 각성하면서 자신보다 어린 팀장 공은태(이준혁)와 화합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 작품에서 가장 성장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는다.

옷차림부터 어깨의 각도까지…실무자 양준호를 완성한 디테일

서현우는 양준호의 외형을 설정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단정하면서도 과하게 멋을 부리지 않은 의상, 실용적인 원단과 디자인, 업무에 필요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까지. 언제든 현장에 투입돼 일을 해낼 준비가 된 실무자의 인상을 만들고자 했다. 세련된 의류를 다루는 회사에 다니는 만큼 감각은 갖추되,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의 현실적인 질감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양준호는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어느 현장에 가더라도 바로 투입돼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옷의 원단이나 디자인, 가방 같은 것들도 그런 방향으로 설정했죠. 세련된 의류를 다루는 직업인 만큼 어느 정도 감각은 있지만, 실무를 하느라 정신없는 사람의 질감도 함께 담고 싶었어요.”

자세와 몸짓에도 인물의 처지를 반영했다. 어깨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손을 앞으로 모으는 모습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양준호의 심리를 드러낸다.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인물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외형적인 요소를 세밀하게 설계한 것이다.

양준호가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서현우가 신경 쓴 부분이다. 승진에서 누락된 뒤 상사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때로는 선을 넘는 듯한 행동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존심이 자리한다.

“양준호가 왜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실무 능력이 뛰어난데도 진급에서 누락되면 서운하고 토라질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단순히 불만만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는 능력치가 있는 사람이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상사에게도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상사에게 욕하는 양준호…직장인에게 대리만족 주고 싶었다

공은태 면전에서 욕을 하는 장면은 양준호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직장 상사에게 불만이 있어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 속 직장인들에게는 짜릿한 대리만족을 안기는 순간이다. 서현우 역시 이 장면을 통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실제 직장 생활에서도 상사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대부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라도 시원함을 드리고 싶었어요. 상사에게 혼나는 상황에서 느끼는 모멸감과 그동안 쌓인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죠.”

서현우가 작품에서 특히 인상 깊게 꼽은 장면은 팀원들이 서로의 기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개인의 성과만을 앞세우기보다 함께 일한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촬영 중 실제로 울컥할 만큼 공감했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양준호는 팀이 된 이상 성과도 함께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았어요. 서로의 성과를 확인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죠. 저 역시 작품을 하면서 그런 순간을 경험하고 싶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모두가 잘되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상대 배우에게서 답을 찾는다”…이준혁과 완성한 앙상블

이 같은 가치관은 상대 배우 이준혁과의 호흡에서도 빛을 발했다. 두 사람은 공은태와 양준호의 대립을 연기하면서도 촬영 현장에서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장면을 함께 완성했다. 서현우는 이준혁이 상대 배우의 연기에서 답을 찾아내는 태도가 자신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이준혁 배우는 정말 분석적인 사람이에요.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함께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연기에 임하는 가치관이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이제는 제 역할만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 배우에게서 무언가를 찾아내 앙상블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준혁 배우도 그런 태도가 굉장히 비슷했어요.”

자신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 배우가 빛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 서현우는 이준혁이 장면 전체를 살리려는 태도에 특히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대사를 나눠주고 상대 배우가 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좋은 배우를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장면이 살아야 작품도 산다는 생각이 비슷했어요. 저도 이준혁 배우가 정말 잘돼서 광고도 많이 찍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답가를 하자면 밥을 무한대로 사고 싶어요.”

현장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살폈다. 카메라가 돌기 전부터 장면을 어떻게 풀어갈지 의견을 나눴고, 상대가 받아줄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촬영 전에 만나면 서로 잘 잤는지, 별일 없었는지부터 물어봤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스태프들도 챙기게 됐죠. 이번 작품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작품도 좋게 나온다는 말을 늘 믿지는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좋은 에너지가 결과로 이어지는 걸 느껴서 기뻤어요.”

익숙한 성공 공식 대신 새로운 선택…협업으로 넓어진 연기의 시야

서현우는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알려왔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전두혁 역을 맡아 영화의 엔딩을 장식해 속편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몇년 후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해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도 능청스러운 사투리 뒤로 살벌한 광기를 번뜩이는 일류 스나이퍼 이성조로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올해만 6편에 출연한 그는 그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익숙한 성공 공식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인물과 작업 방식을 택하는 편이다. 이미 좋은 반응을 얻었던 캐릭터의 장점을 활용하기보다 새로운 감독, 배우와 만나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스로 익숙한 방식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관심과 사랑을 받은 뒤에는 그 캐릭터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작업의 즐거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새로운 시도와 즐거움이 중요해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선택보다는 난도가 있더라도 새로운 감독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본을 분석한 뒤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인물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의상·분장·미술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인물의 면모를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본을 분석하고 제가 생각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주변에 정말 많은 전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의상팀이 제안하는 옷을 입어보고, 분장팀이 제안하는 헤어나 눈썹 모양을 시도해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 만들어져요. 제가 생각한 것만 고집할 게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캐릭터가 더 풍부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성조를 연기할 때도 그랬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색감이 강한 의상, 금니 등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인간 서현우와는 다른 인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괜찮을까 싶었어요. 금니를 끼우니 발음도 쉽지 않았고요. 그런데 그런 장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 서현우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분장팀에 눈썹을 어떻게 그리면 좋을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좋은 선배 배우로 어떤 도움 줄지 고민”…서현우의 다음 과제

배우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현우는 자신의 역할을 넘어 촬영 현장 전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주어진 장면을 잘 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됐다.

“예전에는 주어진 신을 잘 소화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좋은 아이디어를 적절한 순간에 제안하고, 동료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죠. 다만 제 생각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거나 강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좋은 선배로서 어떤 방식으로 힘을 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에게 ‘악의 꽃’과 ‘헤어질 결심’은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역시 동료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을 확인한 작업이다. 특히 오피스물을 통해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여다보고,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위로와 대리만족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는 작품을 선보인 뒤 시청자와 관객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직업이에요. 오피스물을 하면서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지도 생각하게 됐어요.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시원함을 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과 성을 다하고 싶어요.”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윤영빈 감독이 이미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언제든 다시 투입될 준비가 돼 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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