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005930) 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에 약 77조 원을 투자한다. 전체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60% 늘어난 84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당초 올해 투자액으로 예상했던 금액보다도 10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29일 올해 시설투자(CAPEX)에 총 84조 40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반도체(DS) 부문에 76조 80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에 3조 9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완제품(DX) 부문 등에 투자한다. 올해 3분기까지 약 59조 원을 집행했으며 4분기에도 약 25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 52조 7000억 원보다 약 60%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 초 예상했던 연간 시설투자액 약 70조 원과 비교해도 14조 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인프라 구축과 첨단 공정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연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총 1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R&D 투자액은 연간 40조~50조 원대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만 약 41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에 발표한 연간 시설투자 예상액 84조 4000억 원과 이미 집행한 R&D 비용을 합하면 126조 원을 넘어선다. 연간 R&D 투자까지 감안하면 총투자 규모는 당초 계획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사들도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0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4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60조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부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역시 상하이와 허페이의 신규 생산라인을 통해 웨이퍼 기준 월 32만 장 수준인 생산능력을 내년 42만 장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광주·전남 지역의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한편,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평택 5공장(P5) 투자와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 등을 통해 첨단 메모리와 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의 선두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15%였던 점유율을 올해 2분기 33%까지 높이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 가격 상승 전망도 투자 확대의 배경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HBM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 기가비트(Gb)당 1.65달러에서 내년 3.48달러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1.71달러까지 오른 범용 D램의 ASP는 내년 2.34달러로 예상됐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 HBM의 단위 용량당 판매가격이 범용 D램을 웃돌게 된다. 특히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 등에 탑재되는 제품으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반도체 외 사업에도 투자가 이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DX 부문에서도 로봇 등 신사업 관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 R&D 비용 역시 올해 50조 원대로 늘어나 지난해 37조 7000억 원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195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에서만 106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