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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펠트 스케치부터 먼로 드레스까지”…이랜드, 컬렉션 100만점 첫 공개

29.10.2026 1분 읽기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아카이브 공간. 천장 가까이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패턴 원피스와 재킷, 넥타이 등이 끝없이 펼쳐졌다. 한쪽 벽면에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스케치가 줄지어 걸려 있었고, 다른 공간에서는 여성들의 독립적인 이동을 넓힌 카펫케이스와 비행을 위해 한층 가벼워진 하드쉘 수트케이스 등 시대별 여행가방이 저마다의 형태와 소재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 스타들이 착용한 의상부터 타자기와 재봉틀까지 다양한 문화와 디자인을 보여주는 소장품도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이랜드그룹은 이날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인증식’을 열고 여행가방과 북엔드(책을 세워두는 지지대) 컬렉션이 각각 세계 최대 규모로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여행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으로 구성된 두 컬렉션은 국내 기업 소장품이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첫 사례다. 이날 행사에는 손민영 기네스 세계기록 심사관과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 등이 참석했다.

인증식 이후엔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랜드뮤지엄 아카이브 공간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랜드뮤지엄은 1995년 소장품 수집을 시작해 패션과 음악, 영화,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확보했다. 유명 가수들의 무대 의상과 악기, 영화 촬영에 사용된 소품, 스포츠 스타들의 유니폼과 장비, 시대별 의복과 생활용품 등이 대표적이다. 서 총괄디렉터는 직접 공간을 안내하며 소장품의 시대적 배경과 디자인 연구에서의 활용 가치를 소개했다.

이번 기네스 공식 인증을 받은 여행가방과 북엔드 컬렉션도 지난 30여년 간 축적해 온 아카이브의 일부다. 여행가방 컬렉션에서는 초기 여행용 트렁크부터 트렁크 안에 옷장을 구현한 워드로브 트렁크까지 여러 형태와 용도의 수집품이 전시돼 이동 방식과 여행 문화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자동차 뒤편에 짐을 싣던 초기 트렁크와 빈티지 주유통, 번호판 등도 함께 전시돼 자동차와 여행용품의 변화를 보여줬다.

북엔드 컬렉션 역시 고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서부터 동물과 인물을 형상화한 장식이 더해진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생활문화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근에는 15개 브랜드의 타자기 약 2000점이 함께 전시됐는데, 이랜드뮤지엄 측은 타자기 컬렉션의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총괄디렉터는 “여행 가방에는 시대별 이동과 여행의 문화가, 북엔드에는 책과 지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디자인의 변화가 담겨 있다”며 “30년 전 시작한 자료 수집이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고 이제 100만 점이 넘는 아카이브가 미래를 여는 자산이 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 관련 소장품도 눈에 띄었다. 칼 라거펠트와 오스카 드 라 렌타, 지방시, 이브 생 로랑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스케치가 전시돼 완성된 의상뿐 아니라 디자인 구상과 제작 과정까지 엿볼 수 있었다. 지하 2층 엔터테인먼트 수장고에서는 마릴린 먼로가 착용했던 초록색 드레스와 영화 촬영 장비, 옛 영화 포스터 등도 마련됐다.

이랜드뮤지엄은 수집한 소장품을 수장고에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전시와 문화기관 협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3년간 20차례가 넘는 전시를 열었으며 누적 관람객은 11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21인의 의상을 선보인 데 이어 올 4월에는 서울 마곡에서 알렉산더 맥퀸과 크리스찬 디올, 장 폴 고티에 등 디자이너 20인의 오리지널 의상을 소개하는 ‘상상력 옷장’ 전시를 개최했다.

해외 문화기관과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의 ‘할리우드 코스튬’ 전시에 영화 관련 소장품 5점을 대여했고 2017년에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했던 여행용 트렁크와 슈트케이스 등 가방 4종을 루이비통 전시에 제공했다. 2022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대부’ 50주년 기념전에 ‘대부2’ 출연 배우들이 착용했던 의상을 대여했다.

소장품은 그룹 내 호텔과 외식 사업에서도 문화 콘텐츠로 활용된다. 켄싱턴호텔 평창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 등 올림픽 관련 소장품 약 200점을 선보이고 있으며 켄싱턴호텔 설악에서는 비틀즈 멤버들의 무대 의상과 악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애슐리퀸즈도 팝업스토어에 이랜드뮤지엄의 소장품을 결합해 브랜드의 문화적 배경을 전달하는 데 활용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인증을 시작으로 최대 30개 부문의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에 도전할 계획이다.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한편 이랜드글로벌R&D센터를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갖춘 패션R&D센터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뮤지엄은 국내 전시뿐 아니라 세계적인 박물관과 문화기관에도 소장품을 대여하며 그 가치를 알리고 있다”며 “일상에서 사용된 물건을 통해 시대의 문화를 살펴보고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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