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그룹이 화장품 제조를 넘어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제조자브랜드개발생산(OBM) 사업을 전담할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면서다. 제품 개발·생산에 그치지 않고 시장조사와 마케팅 컨설팅을 통해 고객사 브랜드의 시장 안착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2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그룹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는 이달 초 마케팅 컨설팅 전문법인 ‘그로우엑스’를 설립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브랜드 마케팅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코스맥스비티아이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다. 출자금은 약 10억 원이다. 그로우엑스는 화장품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제품 기획·개발 이후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지원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최근 고객사들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출시 이후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필요한 마케팅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며 “그로우엑스는 시장조사와 브랜드별 마케팅 전략 수립 등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회사 설립은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부회장이 주도해온 OBM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다. 코스맥스그룹은 지난해 말 장남 이병만 부회장이 ODM 사업을, 이병주 부회장이 신사업과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담한 후 이병주 부회장 주도로 OBM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스맥스비티아이를 이병주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이번에 OBM 전문 법인인 그로우엑스까지 설립한 것이다. OBM은 브랜드 콘셉트와 상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생산과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객사의 의뢰에 따라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ODM보다 지원 범위가 넓다.
그로우엑스의 초대 대표에는 홍성해 코스맥스비티아이 신사업본부장이 선임됐다. 홍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신규 브랜드 사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으며, 동화약품에서는 헬스케어·화장품(H&B) 신사업을 총괄했다. 올해 1월 코스맥스비티아이로 옮겨 신사업본부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코스맥스가 브랜드 육성 분야에 주목하는 것은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설비를 직접 갖추지 않아도 외부 전문업체에 생산을 맡겨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제품을 시장에 알리고 판매를 확대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21년 2만 2716개에서 지난해 2만 8412개로 2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제조업체는 4428개에서 4158개로 오히려 6.1% 줄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은 늘어난 반면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업체 수는 감소한 셈이다.
영세 사업자가 많다는 점도 브랜드 육성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2024년 화장품 생산실적을 보고한 업체 1만 3976개 중 종사자가 10명 미만인 곳은 1만2266개로 전체의 약 88%였다. 이들 업체는 제품 제조를 외부에 맡길 수 있지만, 시장조사와 홍보·마케팅을 전담할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도 ‘2026년 산업 지도’ 보고서에서 화장품 위탁생산 체계와 헬스앤드뷰티(H&B)·고객직접판매(D2C) 유통채널이 발달하면서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이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코스맥스의 매출 상위 20개 고객사 중 인디 브랜드의 비중은 2021년 40%에서 지난해 65%로 상승했다.
코스맥스는 별도 법인을 세우기 전부터 브랜드 육성 사업을 강화해왔다. 지난 8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무신사와 손잡고 국내 소공인 뷰티 브랜드 20곳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제품 기획과 생산은 물론 마케팅 컨설팅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에서도 OBM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법인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현지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장품 유통 자회사를 통해 OBM 사업 개발과 브랜드 관리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 OBM 관련 업무는 각 국가의 현지법인이 개별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그로우엑스의 사업 경험과 컨설팅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해외 OBM 사업은 현재 각 현지법인이 별도로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그로우엑스가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