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가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지만, 최근에는 수입액이 빠르게 늘며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전체 맥주 수입 시장이 과거 정점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 맥주는 브랜드 체험 공간 확대와 국내 생산 등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7522만3000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19만7000달러보다 약 25%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인 7914만8000달러와 비교해도 약 95% 수준에 이른다. 올해 남은 기간의 수입 실적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수입량 역시 증가세다. 올해 3분기 일본산 맥주 수입량은 3만7466t으로 전년 동기보다 24.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맥주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량 기준 43.3%에서 48.4%로 5.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맥주 두 병 가운데 한 병가량이 일본산인 셈이다.
일본 맥주의 반등은 과거 불매운동 당시와 대비된다. 2018년 7830만달러였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9년 3975만6000달러로 줄었고, 2020년에는 566만8000달러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불매운동 이전인 2018년 수입액마저 넘어섰다.
전체 수입맥주 시장과 비교하면 일본 맥주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맥주 수입액은 2018년 3억968만달러에서 지난해 약 2억1580만달러로 30%가량 감소했다. 시장 전체의 수입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일본 맥주는 점유 비중을 확대하며 주요 수입맥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생산까지 나선 기린…물류비 줄이고 소비자 접점 넓힌다
일본 맥주 업체와 국내 유통사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생산을 통해 공급 기간을 줄이는 한편 절감한 비용을 마케팅과 판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맥주 제조업체 기린과 기술제휴 협약을 맺고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맥주 생산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ℓ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75%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용인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린의 고유한 제조법과 원료, 생산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에 적용해 일본 현지의 맛과 품질을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례가 기린과 자본관계가 없는 수입 유통사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생산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본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국내 생산 기반을 활용해 공급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생산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유통 기간이다. 기존에는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평균 한 달 반가량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1~2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물류비 절감분을 마케팅과 판촉 활동에 재투자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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