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곤
논설위원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이 있다. 일본 메이지 시대 작가 스에히로 뎃초가 1880년대 후반 발표한 소설 ‘화간앵(花間鶯)’에도 등장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제 이 말도 옛말이 돼 간다. 요즘 부부는 월급을 각자 통장으로 받고 생활비는 공동 통장에 모은다. 집을 장만하면 부부 공동명의로 등기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초혼 신혼부부 75만 6358쌍 가운데 맞벌이 비중은 59.7%였고 이들이 소유한 주택 중 16.5%는 부부 공동명의였다. 결혼을 ‘살림 합치기’라고 하지만 가정을 이뤘다고 소득과 재산까지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모으는 시대가 아니다.
처음부터 ‘따로 또 같이’였던 것은 아니다. 1958년 제정된 민법은 소유자가 불분명한 부부 재산을 남편의 특유재산으로 추정했다. 누구의 몫인지 모르면 남편 것이라고 본 셈이다. 여성계의 가족법 개정 운동 끝에 1977년 민법이 개정돼 이런 재산은 부부 공유로 추정하도록 바뀌었다. 1991년에는 이혼 시 재산 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생겼다. 1999년에는 혼인 기간 중 형성된 노령연금의 일부를 나눠 받는 분할연금이 도입됐다.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4년 1만 1802명에서 2025년 6월에는 9만 9818명으로 늘었다. 함께 일궈낸 재산과 노후 소득에 각자의 기여가 있다는 인식이 법과 제도로 자리 잡아 온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추진하는 ‘1인 1연금’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지금은 소득이 있는 배우자를 둔 기혼 무소득자는 가입 대상에서 빠진다. 공단은 이들과 무소득 청년 등 667만 명을 지역가입자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88년 도입 당시 외벌이 가구를 전제로 짠 국민연금의 틀을 달라진 삶의 형태에 맞춰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혼인이 어느 한쪽의 기여와 권리를 지우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삶의 책임을 나누는 관계.’ 부부의 의미도 일심동체를 넘어 이른바 이심동체(異心同體)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