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무위험지표금리’인 코퍼(KOFR)의 활용 범위를 기업 대출시장까지 확대한다.코퍼금리는 2012년 글로벌 지표금리인 리보(LIBOR) 담합사건 이후 만들어진 별도 지표 금리다. 현재 지표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에서는 코퍼금리가 대출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가계대출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다.
25일 한은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26일부터 코퍼 기반 기업대출 상품을 각각 5000억 원씩 총 1조 원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CD 금리의 중요지표 지정을 2030년 말 해제할 계획인 만큼 코퍼를 새로운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시장 기반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두 은행의 대출상품은 직전 30일 평균 코퍼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산은은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0.65%포인트 지방 소재·이전 기업에 추가 0.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기업은행은 긴급 운전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지방 소재 기업에는 최대 0.3%포인트를 우대한다. 대출 기간은 최대 1년이다.
코퍼는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한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금리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CD금리와 달리 개별 은행의 신용위험이나 자금 사정에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특정 은행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위험이 부각돼 해당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인 CD금리가 오르더라도 코퍼는 이런 개별 은행의 위험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 차주의 신용도나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은행 자체의 사정 때문에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로의 확산은 아직 논의 단계다. 황영웅 한은 팀장은 “가계대출은 만기가 길고 금융소비자가 코퍼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 은행도 상품 취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에서는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국내 취급 사례가 없어 실제 효과는 불확실하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코퍼 활용 경험을 쌓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와 은행권의 상품 취급 부담을 해소해야 가계대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파생·채권시장에서도 코퍼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자율스와프(IRS) 시장 내 코퍼 기반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2.1%로 목표치인 10%를 웃돌았다. 당국은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목표를 25%로 높이고 이후 매년 15%포인트씩 확대해 2030년 6월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은행권의 코퍼 기반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액도 올해 1~9월 20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32.3%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