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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52시간 예외 물건너가나…법제화 기대했던 업계 ‘당혹’

24.10.2026 1분 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주52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 “기존 시행령을 고칠 수 없는지 논의하라”고 지시한 23일 재계에서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이 포함된 ‘초광역특구법’ 제정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초광역특구법에 주52시간 예외 적용 등 노동 특례를 인정하는 법안(박상혁 의원안)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 대통령 스스로 ‘속도전’을 여러 차례 강조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확 풀자는 당정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경영계와 노동계의 생각이 심각한 대립을 할 만큼 크지 않다고 본다”며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검토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미 기존 시행 중인 제도로도 근무시간 연장 문제를 해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추가 노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방식은 구상하지 않는 것이 대전제”라며 “비용 문제가 아니라면 기존 시행령을 고칠 수 없는지 논의하라”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의 동의와 사전 인가를 받는 경우 정부는 예외적으로 주52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를 허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를 특별연장근로라고 부른다. 일단 인가를 받으면 근로시간을 일주일에 12시간씩 총 64시간까지로 늘릴 수 있다. 다른 산업은 회당 최대 인가 기간이 3개월이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 한해 6개월까지 인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 같은 장치가 있는데 왜 주52시간 제도를 훼손하느냐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다만 재계는 행정 절차 탓에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급히 집중 근로가 필요할 때 근로자 동의와 행정기관 신청·인가를 거치다 보면 첨단산업 시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서 며칠씩 밤새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반사”라며 “정권 변화에 따라 제도가 바뀔 수 있는 시행령보다 법안으로 유연한 근로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연구개발(R&D)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길게 쉬는 등 업무 특성이 뚜렷해 기존 제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인데 굳이 근로시간 규제로 불확실성을 더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겨우 열린 사회적 대화와 국회 입법 논의의 힘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부는 지난달 초광역특구에서의 노동특례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발족했다. 차관급 사전 준비 회의와 실장급 실무 협의체를 거쳐 한 달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노사 양측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노동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까지 참여하는 만큼 결실을 낼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노동 특례가 명시된 초광역특구법과 그렇지 않은 초광역특구법(최기성 의원안)을 동시에 발의해 공론화의 길을 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정부 소관 시행령 개편을 지시하면서 이 같은 논의의 장이 갖는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 국가들이 필요한 규제를 전부 풀어주고 각종 지원금까지 주겠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속한 규제 완화책까지 도리어 후퇴하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주52시간제 예외와 별도로 다양한 규제 특례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돕겠다고 이날 밝혔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인허가와 토지보상, 산단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행정 절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개별 반도체 팹이 별도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상품과 장비 이동에 제한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반도체 산단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식도 확대한다.

휴머노이드와 이동식 산업용 로봇은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작업장에 별도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경쟁국 수준으로 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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