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무이자 주택담보대출(Prêt à Taux Zéro·PTZ)은 일반 주담대 등과 함께 이용해야 하는 보조 대출이다. 지난해 4분기 평균 대출 금액은 5만 6803유로(약 8440만 원)였다. 신축 아파트 기준으로 주택 구입 비용의 최대 50%, 18만 유로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소득·지역별로 다르게 산정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에는 주택 수요가 높은 대도시의 신축 아파트 구매를 지원했지만 2027년 말까지는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와 단독주택 구매까지 지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서는 유자녀 가구의 PTZ 재이용 허용 등 추가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23일 프랑스 의회 방송 LCP에 따르면 하원 재정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유자녀 가구의 PTZ 재이용을 허용하는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은 출산 예정이거나 3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가구에 기존 소득 요건을 적용하되 PTZ를 한 차례 더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재정위원회는 이를 5세 미만 자녀로 확대하고 소득 요건 없이 최대 10만 유로를 빌릴 수 있게 했다. 정부 원안 기준으로 유자녀 가구 지원 확대에 따른 추가 세액공제 비용은 향후 6년간 4억 6600만 유로로 추산된다.
이미 정부가 PTZ 지원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서 공급 규모도 늘고 있다. PTZ 대출 건수는 2024년 4만 4466건에서 지난해 7만 2906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8만 29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나가는 세액공제 금액은 9억 3000만 유로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재정 부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욤 카스바리앙 앙상블(EPR) 의원은 “PTZ는 대출자에게는 무이자지만 납세자에게는 비용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지역에서 모든 가구의 이자를 공공재정으로 부담하는 것이 해결책인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무이자 대출이 널리 퍼져 있는 나라다. 주택 단열재 설치와 난방설비 교체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5만 유로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에코 PTZ(Eco-PTZ)’가 대표적이다. 이것만 해도 프랑스의 복지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프랑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118.5%로 전망됐다.
이는 한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는 올해 1412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1734조 1000억 원으로 321조 3000억 원이나 불어난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출이 더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55년 126.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프랑스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전 국민에게 저리로 1000만 원을 빌려주자는 ‘기본금융’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무이자 대출로 차입자의 금융 접근성은 개선되겠지만 국가부채비율이 120%에 달하는 프랑스 재정에 부담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기본금융이 언급되는데 이번 프랑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도 프랑스에 못지않게 현금성 복지 지출이 급팽창하는 바람에 성장을 위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취약 계층 지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일시적·적시적·선별적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