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6년간 자동차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전가하는 비용이 적절한지를 당국이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보험은 책임보험이 포함된 의무보험인 만큼 감독 당국이 비용의 적절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 포함) 등 상위 5개사의 자동차보험료율 변경 83건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사후 검증한 것은 6건(7.2%)에 그쳤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후 검증 자체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기별로 보면 2022년 1건과 지난해 5건이 전부다.
더 큰 문제는 금감원이 보험 가입자들이 해당 비용을 왜 부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비용 귀속의 적정성’을 한 차례도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보험료율 변경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비용을 새롭게 반영했는지 묻는 항목에 대해서도 모두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당국이 이를 제대로 검증하는 과정은 없다. 보험사들이 일부 가입자에만 해당하는 사유로 보험료를 인상해 전체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2015년 상품 개발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 상품 사전신고제를 폐지하면서 소비자 피해 예방 등 필요한 경우에만 기초 서류를 받아 사후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지 보는 수준이다. 지급 기준이나 한도액 재검토를 권고했을 뿐 요율 재산출을 요구하거나 제재한 사례는 없다. 사전신고를 폐지한 2016년 이후 금감원이 사후 조치를 통해 순보험료율과 관련해 보험사 제재를 한 것은 2016년 한화손보·삼성화재에 대한 경영 유의 단 두 건뿐이다.
손보 5개사의 연도별 변경 건수는 △2021년 6건 △2022년 15건 △2023년 10건 △2024년 32건 △2025년 9건 등이다. 올 들어서는 1월부터 8월까지 11건이다.
보험사들이 요율을 변경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보험료율 변경 83건 중 65건은 변경 사유를 ‘경험 통계 갱신’으로만 처리했다. 금융 당국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정비 공임, 부품비, 진료비 등 구체적인 원가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사유로 동시에 요율을 변경하면서도 회사마다 처리 기준이 제각각인 사례도 있다. 2024년 7월 1일 손보 5개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피해지원사업 분담금률이 1%에서 0.5%로 낮아지자 일제히 보험료를 0.1% 내렸다. 그런데 DB손보는 해당 인하분을 대인배상1에만 반영했고 나머지 회사들은 자기차량손해 등 전 담보에 나눠 반영했다. 변경률은 같지만 어느 가입자에게 인하 효과가 돌아갔는지는 회사마다 다른 셈이다.
금감원은 신고 대상이 아닌 요율 변경도 보험업법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선임계리사가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임계리사의 검증 의견서는 이사회나 대표이사에게 제출될 뿐 금감원에는 제출되지 않는다. 이사회는 의견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구조대로라면 일부 비용이 경험 통계 갱신을 통해 전체 가입자 보험료에 반영되더라도 검증 없이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만큼은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이 의원은 “보험료율에 대한 사전 검증이 없다면 사후 검증이 유일한 관리 수단인데, 그마저도 비어 있는 상태”라며 “보험료율을 정하는 것은 보험사 자율에 맡길 수 있지만 전체 가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