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가상화폐 과세 시행을 앞두고 준비 부족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추가 유예에 무게를 뒀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국회 재정경젝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가상화폐 과세의 추가 유예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지난번 국감에서도 여러 의원들의 지적을 받아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더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업계 의견과 국회에서 나오는 의견을 모두 모아 최대한 숙고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최근 권대영 재경부 제1차관이 가상화폐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의견 수렴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이날 국감에서 “가상화폐 과세가 2020년 도입된 이후 현물 거래 중심으로 시스템이 구축됐는데 그동안 기술 발전 등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 과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가상화폐 과세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여러 가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과세에 앞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먼저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막바지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일단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전제로 관련 고시 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이 재경위에 제출한 과세 고시 준비 현황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고시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6일 사전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11월 중 고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과세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국세청 고시에 맞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대형 사업자조차 최소 6~9개월이 걸린다”며 내년 과세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이용자의 거래 내역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박해영 국세청 차장은 국감에서 “국내 거래소 거래와 별개로 DEX와 해외 거래소 등으로부터 자료를 100%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와 해외금융계좌 신고 자료 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올해 말까지 통합분석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추가 유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예할 때마다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을 거듭 유예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부총리는 “그 점도 같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