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체육요원 병역특례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체육요원 병역특례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저출생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에 맞춰 특례제도를 대폭 손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에리사 전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병역특례제도를 시대에 맞게 재검토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극단적인 처방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전 위원장은 1973년 구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이끈 탁구계 전설이다. 또 태릉선수촌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체육회 선수분과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 체육 행정인이며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역임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체육인 병역특례제도와 관련 선수들의 동기 부여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면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며 “병역 혜택은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여러 동기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BTS 등 대중가수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예술인들은 평생 자신의 직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체육인은 20대에 선수로서의 인생이 결정되고, 30대가 되면 대부분 선수 생명이 끝날 정도로 선수 수명이 짧다. 프로나 실업팀이 충분하지 않은 종목의 선수들은 은퇴 이후 진로마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체육계 병역특례 제도가 폐지된다면 기초종목과 비인기종목의 엘리트 선수 육성에 가장 큰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일부 단체종목 대회에서 후보 선수가 없어 일반학생을 후보로 등록해야 할 정도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병역특례를 특혜라는 시각으로 폐지하는 것이 스포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계에서는 남자 체조와 육상, 레슬링, 럭비, 필드하키 등의 종목이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선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유소년과 청소년들이 국가대표라는 꿈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동기와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인성 교육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박승수는 결승전이 끝난 뒤 전역모를 쓴 사진을 올려 병역 특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군대 간 젊은이들을 조롱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 전 위원장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은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국가대표가 되기 전부터 국제대회에서 지켜야 할 자세와 책임감에 대해 충분히 교육했어야 하는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 저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 3위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금메달 수는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가장 적었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대회마다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39개에 그쳤다. 이 전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국민 기대치에 부응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엘리트 체육이 위축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4년 뒤에는 인도 등 다른 나라에 순위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말 공직에서 물러난 뒤 비영리재단 이에리사휴먼스포츠를 설립해 장애·비장애인 스포츠 꿈나무들을 지원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자신을 ‘뼛속까지 체육인’이라고 표현한 그는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한 활동”이라며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후배들에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모범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음지에서 후배를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