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사업자와 합의하지 못해 분쟁조정 절차까지 밟았지만, 피해 주장을 인정받지 못하고 기각된 사건이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쟁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소비자원은 정작 소비자의 요구가 어떤 이유로 기각됐는지 유형별로 분류·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소비자분쟁조정 처리 건수는 총 717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심의 사건은 4858건이며, 소비자의 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각된 사건은 118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소비자분쟁조정은 소비자가 사업자와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를 거친 뒤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진행되는 절차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주장과 제출 자료 등을 검토해 조정 결정을 내리며, 소비자의 피해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조정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연도별로 보면, 소비자분쟁조정의 기각 건수는 2022년 854건에서 2023년 938건, 2024년 1148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21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는 9월 기준 1183건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기각률도 2022년 22.8%에서 올해 9월 기준 24.4%로 1.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최근 5년간 기각된 총 5144건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의료서비스가 505건(9.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화·오락서비스 496건(9.6%), 운수·보관·관리서비스 423건(8.2%), 정보통신서비스 372건(7.2%), 정보통신기기 351건(6.8%) 순이었다.
한 의원실이 사건명을 토대로 피해 유형을 나눈 결과, 제품·서비스 하자와 품질 및 사후서비스(A/S) 관련 기각 사건이 1181건(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 해제·해지 및 청약철회·환급 요구 1146건(22.3%), 의료행위·시술 관련 피해 505건(9.8%), 사고·분실·파손 등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 500건(9.7%)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일부 품목과 신청 유형에 기각 사건이 집중되고 있지만, 한국소비자원은 정작 기각 사유를 체계적으로 분류·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증자료 부족 등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조정 신청이 기각됐는지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분쟁조정의 기각 원인을 관리·분석하고, 이를 공개해 소비자의 피해 구제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각 원인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할 경우 유사한 분쟁조정 신청이 반복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의원은 “소비자분쟁 기각이 반복되는 품목과 신청 유형을 중심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입증 절차에 미비점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기각 사유를 체계적으로 분류·관리하고 이를 공개하고 그 결과를 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 사건마다 개별적인 특성이 있고 사유가 복잡하고 세분화돼 있어 유형별로 분류·관리하는 데 시스템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