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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가입자 1000만 눈앞…보험 아닌 테크회사 DNA로 차별화”

22.10.2026 1분 읽기

“보험사라고 생각하면 기존 대형 보험사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테크 회사라고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길이 열리죠.”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에게 디지털 보험사의 생존법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한때 보험업의 미래로 주목받던 디지털 보험사들이 잇따라 모회사에 흡수되는 등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도 장 대표는 흔들림이 없다. 카카오에 뿌리를 둔 테크 기업의 DNA가 그 자신감의 배경이다. 이달 출범 4주년을 맞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누적 가입자 1000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 대표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계사 채널에 의존하지 않는 디지털 보험사는 오직 상품 경쟁력만으로 고객의 냉정한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기존 보험사의 문법에서 벗어나 테크 기업의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차이는 조직 운영 방식에서부터 드러난다. 전통적인 보험사는 상품 개발과 영업, 보상, 정보기술(IT) 등의 조직이 분리돼 있다. 하나의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여러 부서의 검토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출시 이후에도 수시로 개선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장 대표는 이 같은 구조로는 디지털 시장에서 승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고객 반응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며 “해외여행보험도 3년 동안 100번쯤 고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를 위해 상품별로 기획·개발·디자인·보험 전문가가 한 팀을 이루는 목적조직(PO) 체계를 운영한다. 상품을 담당하는 조직이 기획부터 개발·개선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특히 개발자가 전체 인력의 약 60%를 차지하고 기획·디자인 인력까지 합하면 IT 관련 인력이 70%를 넘는다. 이를 통해 장 대표 취임 이후 3년여간 기업·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30여 개의 상품을 출시하고 200~300차례 서비스 개선을 진행했다. 출시 초기 하루 판매량이 1~2건에 불과했던 휴대폰보험은 끊임없는 개선을 거쳐 판매량이 1000배 이상 늘었다. 장 대표는 “대형 보험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과 영업 방식이 워낙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처음부터 디지털을 중심에 두고 보험 전문가와 IT 인력이 협업하는 조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조직만큼이나 고객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통적인 보험사에서 설계사 등 영업 채널이 상품 판매의 중심이라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에서는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선택한다. 보험을 대신 판매해줄 설계사가 없는 만큼 고객이 스스로 찾아와 비교하고 가입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고객이 들어와서 직접 판단하고 사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자발적인 이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해외여행보험이다. 장 대표에 따르면 이 상품은 별도의 대규모 마케팅 없이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성장했다. 할인 비용을 제외한 직접 마케팅 비용은 수천만 원도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늘었고 재가입률은 70%를 넘어섰다. 그는 “보험에 가입하라고 광고하는 것보다 실제 가입한 고객이 친구에게 좋다고 추천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며 “온라인에서 고객의 입소문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디지털 보험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은 보험금 지급과 사후 서비스에도 반영됐다. 해외여행보험의 무사고 환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고 없이 귀국한 고객에게 보험료 일부를 돌려주지만 단순한 할인 혜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고객들이 보험료를 10% 돌려받는다고 그렇게 열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사히 여행을 마친 고객에게 안전한 귀국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고객의 감성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 후기를 공개한 것도 기존 보험사의 관행을 깬 시도다. 처음 이를 제안했을 때 보험 업계 출신 직원들은 보험금 지급 과정이 복잡한 만큼 부정적인 후기가 쌓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IT 기업 출신들은 고객 후기를 당연한 요소로 받아들였다. 장 대표는 “아마존 같은 회사는 리뷰를 어떻게 최적화해야 고객에게 제대로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수시로 노출 방식을 바꾼다”며 “모든 상품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 리뷰”라고 말했다. 현재 서비스에는 수만 건의 보험금 지급 후기가 쌓여 있다. 보험금을 지급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평균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고 해외여행보험은 만족도가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고객 기반을 키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제 장기보험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영유아보험과 초중학생보험에 이어 성인 건강보험까지 출시하며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장 대표는 장기보험에서도 대형 보험사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자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대신 고객에게 부족한 보장을 찾아 메워주는 전략이다. 그는 “이미 가입한 보험을 무조건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를 들어 38세 남성에게 필요한 암·뇌·심장질환 진단비가 기존 보험에서 2000만 원 부족하다면 그 부분만 채워주는 것이 우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보험도 마찬가지다. 기존 어린이보험은 100세까지 보장하는 장기 상품이 많지만 정작 영유아나 초등학생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질병이나 사고에 필요한 보장은 부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러한 보장 공백을 메우는 상품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장 대표는 디지털 보험의 성장 과정을 전자상거래 산업에 빗대 설명했다. 아마존과 예스24 등이 온라인에서 구매 부담이 적은 책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으며 사업을 키웠듯 보험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수십 년짜리 고가의 보험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보다 비교적 간단한 상품으로 가입과 보상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쌓여야 고객이 더 큰 보장을 필요로 할 때도 디지털 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디지털 보험사의 가장 큰 숙제는 수익성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역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자 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축소한 배경에도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기존 보험사와는 다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직접 가입하는 구조여서 설계사 수수료 등 판매비가 적고 상품 판매 시점부터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수익이 초기 투자에 따른 고정비를 충당하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장 대표는 “초기 투자기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는 매출이 오를수록 수익도 같이 따라오는 구간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도 매출 성장과 이익 개선이 함께 나타났다”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023년 7월 장 대표가 합류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보험 수익만 200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아직 만족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130조 원이 넘는 국내 손해보험 시장에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존재감은 여전히 작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제야 보험사로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다”며 웃었다. 보험 전문가와 IT 인력이 한 팀으로 일하는 법을 익혔고 고객이 선택하는 상품을 만드는 경험도 쌓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는 의미다.

그가 바라보는 최종 목적지는 국내 디지털 보험 시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보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와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 볼트테크 한국 대표를 거치며 보험 산업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을 확인했던 그는 카카오 플랫폼에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보험업에서도 고객이 정말 좋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면 디지털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국내에서 살아남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다른 보험사들이 배우러 오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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