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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 아프고 가슴에 열감…화병일 수도

17.10.2026 1분 읽기

화병은 울화병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저항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참고 지내면서 생길 수 있다. 억울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반복되면 마음의 고통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화병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분노를 드러내기보다 속으로 삭이는 태도와 감정을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가슴에 응어리가 진다’거나 ‘한이 맺힌다’, ‘울화가 치민다’는 표현에는 이러한 정서가 담겨 있다.

한국인의 화병은 해외에 알려진 뒤 여러 연구의 대상이 됐다. 1994년에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인 DSM-IV에 한국의 문화와 관련된 증후군으로 소개됐다. 영문 명칭도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Hwa-byung’이었다.

화병의 주요 증상은 가슴이나 명치가 묵직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통증이 나타나거나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열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흔히 가슴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가슴과 명치의 불편감으로 여러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심장 검사와 내시경 등 각종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났다면 처음부터 화병으로 단정하지 말고 다른 신체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화병은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내기 쉽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감정이 조금씩 쌓이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작 증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는 큰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가슴과 명치의 통증이나 열감을 과거에 겪었던 마음의 고통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른다고 억눌린 감정이 모두 저절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괴로웠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에도 감정은 남아 있을 수 있다. 중장년층에서 화병을 겪는 경우가 많고 갱년기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겹치기도 한다.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상담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로 신체 증상이나 불면 등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치료 반응과 필요한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기보다는 의료진과 상의해 치료 기간과 방법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 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일상에서는 억눌린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거나 당시의 감정을 글로 적어보는 방법이다. 혼잣말이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도 좋고 일기처럼 써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참고 넘겼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을 정리하는 ‘과거 일기 쓰기’도 한 방법이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이 억울했는지 차분히 적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래전 일을 쓰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생생하게 떠올라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치료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 상담과 달리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이 함께 이뤄진다. 혼자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모임을 거듭하면서 가슴의 뜨거운 느낌이 점차 가라앉는다고 표현하는 환자도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대화나 글쓰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을 움직이거나 취미 활동에 몰두하는 것도 긴장을 풀고 기분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어로빅 같은 운동부터 노래와 악기 연주, 공예까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을 혼자 참고 견디려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거나 일기를 쓰는 등 자신에게 맞는 표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운동과 취미 활동으로 감정을 환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힘든 마음을 이야기할 때 가볍게 넘기거나 참으라고 하기보다 충분히 듣고 공감해줘야 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화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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