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업계가 한 달 이상 머무는 장기 투숙객 확보전에 나섰다. 디지털 노마드(여행지에 머무는 원격근무자) 비자의 최장 체류 기간이 3년으로 늘고 의료관광객도 증가한 영향이다. 하얏트와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도 국내에서 장기 투숙 브랜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하얏트는 올해 1월 장기 체류 호텔 브랜드 ‘하얏트 하우스’를 국내에서 가맹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한 등록 절차를 마쳤다. 하얏트 하우스는 객실에 주방과 거실을 갖춘 장기 투숙 전문 호텔 브랜드다. 메리어트도 중저가 장기 투숙 브랜드 ‘스튜디오레즈 바이 메리어트’의 국내 상표를 등록했다. 이 브랜드는 객실에 냉장고와 조리시설 등을 갖춰 장기간 숙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 여의도 파크 호텔은 올 5월 시설 정비를 거쳐 글로벌 호텔 운영사 에스콧의 장기 체류 브랜드 ‘오크우드 여의도 파크 서울’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61개 객실에 간이 주방과 세탁기·건조기 등을 갖춘 레지던스형 호텔이다. 30박 이상 투숙객에게는 주 3회 객실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 업계가 장기 투숙 수요에 주목하는 것은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데다 체류 제도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올해 6월 30일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정식 도입하면서 최장 체류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청년과 비수도권 거주자의 소득 요건을 완화했다. 해외 기업에 소속돼 한국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외국인이 대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 외국인은 1505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6%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의료관광객 증가도 호텔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진료 및 수술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단순 관광보다 상대적으로 오래 체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광 업계 관계자는 “피부시술이나 성형수술을 받으러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에는 시술 후 경과를 확인하고 추가 진료를 받기 위해 며칠 더 머무는 경우가 있다”며 “병원에서 후속 관리를 받으며 회복한 뒤 관광도 즐길 수 있어 연박이 가능한 숙소를 찾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 1822명으로 전년보다 71.9% 늘며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장기 투숙이 가능한 호텔을 확대하고 있다. 힐튼은 올 5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290실 규모의 ‘홈2 스위트 바이 힐튼’을 개관했다. 미국·중국 등에서 운영하던 장기 투숙 브랜드를 유럽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객실마다 주방과 별도 업무 공간을 마련하고 공용 세탁실을 갖췄다. 메리어트도 베트남 다낭 한강변에 91실 규모의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를 연내 개관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호텔식 장기 체류 숙박시설의 수요가 일반 호텔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가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주요 26개 도시의 서비스드아파트(객실 내 주방과 호텔식 청소·관리 서비스를 갖춘 숙박시설) 수요는 2019년 이후 연평균 5.9% 증가했다. 일반 호텔 증가율(1.1%)의 5배가 넘는다. 지난해 객실 점유율도 79%로 일반 호텔(75%)보다 높았다. 아코르·힐튼·하얏트·IHG·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 그룹 5곳의 장기 투숙 관련 브랜드도 2015년 14개에서 올해 초 25개로 늘었다.
장기 투숙 수요가 늘면서 호텔 업계는 고급 브랜드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 호텔 운영사 프레이저스호스피탈리티는 지난달 고급 장기 체류 브랜드 ‘프레이저 스위트 리저브’를 선보였다. 올 12월 태국 방콕에 255실 규모의 첫 호텔을 개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