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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크루즈

13.10.2026

김현수

논설위원

‘온누리상품권으로 7% 할인받아 여행하는 방법.’ 한 여행사가 해외여행 상품에 붙인 안내 문구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나일강 크루즈에서 3박을 하는 이집트 여행 상품도 등장한다. 전통시장 장보기 요령인 줄 알았더니 해외여행 할인 요령이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받는 온라인 전통시장관에서 200만 원대 크루즈 여행 상품과 795만 원짜리 수입 오디오가 판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골목으로 손님을 불러오라고 세금을 보탰더니 고가 해외여행 판촉에 쓰인 것이다.

온누리상품권은 2009년 7월 나왔다. 대형마트로 향하는 손님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리려는 취지였다. 정부 지원으로 상품권을 할인해주면 소비자는 장보기 비용을 아끼고 상인은 손님을 얻는다. 할인에 세금을 보태는 이유다. 그런데 시장 안에 점포를 뒀다는 이유로 고가 수입품과 여행 상품까지 혜택을 받는다. 시장 살리기 상품권이 정부 지원 할인 쿠폰으로 변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1·2위는 ‘마운자로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약국과 의원이다. 각각 260억 원과 102억 원에 달한다. 전부 비만 치료제 판매액은 아니지만 혜택의 쏠림은 제도의 취지를 돌아보게 한다. 소비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제도가 열어놓은 할인 창구를 이용했을 뿐이다.

정부는 이달 1일 ‘18년 만의 개편’을 발표하며 내년부터 전통시장과 지방 골목상권에 할인·환급 혜택을 더 주겠다고 밝혔다. 병의원과 연 매출 30억 원 초과 점포의 가맹은 이미 제한하고 있다. 약국은 주변 상권의 집객 효과를 고려해 허용한다. 약국 앞 긴 줄이 옆 가게의 매출로 이어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편 발표 엿새 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감에서 온라인 판매 품목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 안에 점포를 둔 업체의 크루즈 판매나 고가 수입 제품 판매는 걸러내지 못했다. 상품권이 잘 팔리는 것과 시장 상인의 장사가 잘되는 것은 다르다. 시장을 살리려고 쓴 세금으로 시장 이름을 빌린 할인 장사만 키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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