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가 K바이오의 새로운 자금줄로 부상하고 있다. 알테오젠이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결정하는 등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 5곳이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이전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후기 임상과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에 성장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국민성장펀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스카이알트’를 대상으로 총 2000억 원 규모의 종류주식을 발행할 계획이다. 전환우선주(CPS)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각각 1000억 원으로 구성되며 RCPS 발행가액은 기준가액보다 10.3% 높은 수준으로 정해졌다.
알테오젠은 확보한 자금을 사업 다각화와 자체 생산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다. 그동안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 10곳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마일스톤과 로열티 중심의 사업을 펼쳐왔다.
대전에 들어설 자체 생산공장 건설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현재 외부 위탁생산(CMO)에 의존하는 키트루다 피하주사용 물질을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고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향후 개발할 신약 등도 직접 생산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알테오젠에 앞서 올해 국민성장펀드의 투자·대출 지원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 경보제약 등 4곳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6월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쳐 2500억 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조달 자금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임상을 진전시켜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임상과 생산시설 확충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저리 대출이 공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5월 3000억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승인받았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의 글로벌 임상 3상과 안동 백신공장 증설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도에서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설비를 확충하는 비티젠에는 850억 원의 대출 지원이 이뤄졌다. 비티젠은 원료의약품(DS)과 완제의약품(DP) 생산능력을 각각 44%, 170% 확대할 예정이다. 종근당그룹 계열사 경보제약도 충남에 차세대 ADC 전용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CDM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0억 원의 대출 지원을 받았다.
향후 지원이 의료기기와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의료AI를 포함한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아직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이들 기업 역시 제품 개발 이후 임상과 국내외 인허가, 생산능력 확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잠재적인 투자 후보군도 거론된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경쟁력과 범부처 과제 선정 여부, 자금 수요 등을 기준으로 넥스트바이오메디칼, 씨어스, 아이센스 등을 주목했다. 의료AI 분야에서는 루닛, 뉴로핏, 제이엘케이 등이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AI도 국민성장펀드의 관심을 받고 실제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가 집행되면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8월까지 전체 산업에서 총 17조 9000억 원의 지원을 승인했다. 직접투자 2조 8300억 원, 간접투자 1조 5900억 원, 인프라 투융자 6조 8700억 원, 저리 대출 6조 5900억 원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처럼 기술이전으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대장주들이 펀드 자금을 통해 자체 생산망을 구축하거나 후기 임상을 완주하는 등 ‘탈(脫) 라이선스 아웃’을 시도하고 있다”며 “대규모 자금 공급은 단순 연구개발 중심에서 글로벌 상업화 역량을 갖춘 완성형 밸류체인으로 산업 체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