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의 집무실에는 피자 한 판 크기의 반도체 웨이퍼가 놓여 있다. 재료공학자 출신인 유 총장이 연구해온 핵심 분야이자 성균관대가 20여 년 동안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손잡고 일궈 온 산학협력의 역사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유 총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균관대는 20년 전 국내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처음 시도한 대학”이라며 반도체 외에도 바이오·양자·방산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산학협력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성균관대의 대기업 연계 계열학과 학년별 정원은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인 150명에 달한다.
성균관대 대기업 계약학과의 최대 강점은 산업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운영 중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및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외에 삼성SDI와 운영중인 배터리학과 등은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해도 될만큼 경쟁력 높은 인재를 양성중이다. 삼성전기 재직자 교육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취업연계 기반 대학원 인력 양성 등 협력업체도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 교육 분야에서는 설계, 공정, 소재·부품·장비,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풀 스펙트럼’ 교육 역량이 눈에 띈다. 유 총장은 “처음에는 반도체 설계 분야 계약학과로 시작했지만 이후 공정과 패키징까지 역량을 넓혔다”며 “전자공학뿐 아니라 기계·화공 등 여러 분야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유 총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발맞춰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우수 교수진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 총장은 “해당 산업군의 미래 영향력 외에 기업과의 장기적 관계 등이 대기업 계약학과 설립 시 중요한 요소”라며 “계약학과를 몇 개 더 만드는 것 보다는 대학 전체가 산업과 같은 속도로 호흡하는 인재 양성 플랫폼이 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는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 소재와 배터리, 바이오, 양자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수원·판교 등에 자리 잡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산학협력 생태계는 2030년 조성 완료를 목표로 하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를 기반으로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 총장은 수원특례시가 추진하는 35만2600㎡ 규모의 사업부지 내에 기업 연구소 등을 유치해 대학 연구진 및 기업이 수시로 협업하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R&D 사이언스 파크에 반도체·배터리·솔라셀 등 첨단 연구에 필요한 실제 공정 인프라 및 대학 연구 역량을 결합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정이나 바이오·소재 연구처럼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연구시설은 입지와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관련 인프라를 갖춘 대학 캠퍼스와 기업 연구소의 결합시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