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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사옥에 가린 ‘공짜 야근’…문제 제기땐 “열정 없다” 낙인

11.10.2026 1분 읽기

“점점 화려해지는 성수동 기업들이지만 장시간 근로,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어합니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한 직원은 올해 정부가 익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상 야근’을 당연시하는 조직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밤 11~12시, 새벽까지 일하는 동료를 보면 이렇게 비정상적인 회사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회사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동안 조직 내부는 야간·휴일근무가 일상화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마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5년 성수동 신사옥을 세우며 이 일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직원 희생을 담보로 한 노동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고용노동부의 ‘젠틀몬스터 조직 문화 진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받던 직원의 71.8%는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시기 주당 평균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53~60시간이 28.7%의 응답률로 가장 많았다. 61~70시간과 71시간 이상도 각각 25.4%, 17.7%에 달했다.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앞서 2월 2~27일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재량 근로자(320명)와 비재량 근로자(707명)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는 초과근로와 보상, 휴가, 조직 문화 등 전반적인 노동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디자인과 정보기술(IT) 개발, 제품 브랜딩 등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 인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실제 설문 응답자 중 2030세대 비중은 재량 근로자 87.3%, 비재량 근로자 95.7%로 나타났다.

이들의 문제 제기는 장시간 노동과 함께 일한 만큼 보상받기 어려운 내부 구조에 집중됐다. 설문에서 재량 근로자의 87.8%는 바쁜 시기 야근 빈도가 거의 매일(61.3%) 또는 주 3~4회(26.5%)라고 꼽았다. 그러나 초과근무에 따른 연장근로 수당과 야간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각각 47%, 72.9%로 집계됐다. 휴일근로 수당 미지급 응답률도 81.8%로 높았다. 실제로 노동부 기획 감독 결과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직원 464명에게 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임금 4억 3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불투명한 인사 평가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젠틀몬스터가 MZ세대 사이에서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과 달리 내부에서는 인사 기준과 성과 보상 체계가 불투명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재량 근로자들이 꼽은 시급한 개선 과제(복수 응답)는 충분한 초과근로 수당 지급(50%), 적정 인력 충원(49.2%), 인사 평가 기준 명확화(44.2%) 순이었다. 근로자 A 씨는 “정해진 근무시간 외 일이나 회의에 불만을 얘기하면 열정 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 성수동에 본사를 둔 무신사에서도 근로자 128명이 총 181회에 걸쳐 수당 없이 연장근로 한도를 2903시간 초과해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성동구 소재 기업의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 체불 관련 진정 건수는 총 3551건으로 임금 체불이 2165건으로 가장 많았고 퇴직금 1300건, 기타 수당 8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청년 근로자의 노동권 침해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동구에서 접수된 2030세대 청년 근로자의 노동 관련 진정 805건 가운데 700건(87.0%)이 29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30~299인 사업장은 88건, 300인 이상 사업장은 17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청년 근로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두드러진다. 김 의원실과 한국노총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서울 소재 사업장에 근무하는 20~39세 임금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4%는 최근 3개월간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야근이 상시 발생한다는 응답도 18.9%였다. 응답자의 33.6%는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근태 시스템이 없다고 했고 연장·야간·휴일근로 경험자의 57.1%는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청년 대다수가 일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 질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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