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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한 매기 질렌할 “여성의 시선 담긴 영화 즐길 수 있길”

11.10.2026 1분 읽기

1992년 ‘나의 청춘 워터랜드’로 데뷔한 이후 여배우에서 감독, 제작자로 변신하며 대표적인 여성 영화인으로 떠오른 매기 질렌할이 단편 ‘플레시 임팩트’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로스트 도터’로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올해는 이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내한한 질렌할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팝은 물론 K푸드, K뷰티 등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비행기 안에서도 떡을 비롯해 한국 음식을 먹었고 부산에 오면서도 쉴 새 없이 한국 음식을 먹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해 BIFF에서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된 ‘플레시 임팩트’는 22분 분량의 단편으로, 오디션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먼로의 삶을 재구성한다. 무대에서 진행되는 오디션을 따라가며 먼로의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후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비춘다. 질렌할 감독은 “메릴린 먼로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모든 여성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이며, 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추진한 프로젝트다. 올해 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네시스의 제안을 받은 질렌할 감독은 처음에는 연출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먼로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이야기를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일주일 동안 먼로와 관련된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먼로가 현재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면서 영화의 방향을 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년의 먼로 역은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1975)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엘런 버스틴이, 젊은 먼로는 ‘로스트 도터’에서 질렌할 감독과 호흡을 맞춘 다코타 존슨이 맡았다. 질렌할 감독은 두 배우의 참여가 작품에 결정적인 힘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배우가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을 찾아내는 작업에 관심이 있다”며 “버스틴과 존슨이 합류하면서 영화가 비로소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질렌할 감독은 올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여성 영화인의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도 주목받았다. 당시 경쟁 부문 21편 가운데 여성 감독이 단독 연출한 작품은 단 한 편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여성 창작자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장벽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은 여성 감독 마이 엘투키의 ‘마리가 뭐 어때서’(‘우먼 언노운’)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질렌할 감독은 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의 작품을 단순히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경험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네치아에서 기존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훌륭한 남성 감독의 작품도 봤다”면서도 “여성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면 또 다른 작품이 나온다. 여성과 남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경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 역시 가족의 영향 속에서 일찍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였던 어머니와 의사였던 할머니 등 당시 여성들에게 기대됐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가족 구성원들의 존재가 자신에게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그는 “제이크 질렌할(질렌할 감독의 남동생이자 배우)과 나는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의 경험과 시선이 담긴 영화를 관객이 낯선 언어처럼 받아들이고 그 과정 자체를 즐겨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성 영화는 다른 언어로 쓰였어요. 저는 이것이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기쁨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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