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로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양쯔충)이 15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양자경은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양자경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뒤 여배우로서, 마이너리티(소수자)로서 수없이 많은 유리천장을 깨면서 아시아인, 여배우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왔다.
그는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저 역시 아주 오랜 시간 영화의 길을 걸어왔다”며 “아시아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아가 우리의 영화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꿈을 함께 이뤄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처음 할리우드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내가 소수자로 분류된다는 사실이었다”며 “전 세계에 아시아인이 이렇게 많은데도 아시아에서 온 배우인 나는 소수자로 여겨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배역 자체가 많지 않았고, 주어지는 역할도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007 네버 다이’와 ‘와호장룡’ 등을 거치면서 하나의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조금씩 다른 역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양자경은 홍콩 영화계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예스마담: 황가사저’(1985)를 비롯해 ‘와호장룡’(2000) 등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그리고 마침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배우로 인정받았다. 아카데미 수상 순간은 여전히 현실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가끔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그 상을 받은 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생겼다”고 밝혔다.
수십 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그는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연기는 내 삶 그 자체이고 영화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는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인다. 양자경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에서 주연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바이쉐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사기 피해로 집을 잃고 양로원에서 생활하게 된 자오가 과거 매직 큐브 세계 챔피언이었던 청년을 만나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양자경은 작품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큐브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인생도 마찬가지”라며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기회는 찾아올 수 있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의 사랑과 응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담긴 영화”라며 “결국 자신의 삶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메시지가 관객에게 닿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도 적극적으로 밝혔다. 양자경은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언급하며 “이창동 감독과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과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검우강호’에서 정우성 배우와 함께했고 다른 한국 배우들과도 작업한 경험이 있다”며 “K팝과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BIFF는 올해 양자경의 영화 인생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모든 시간 모든 곳의 양자경’을 마련했다. 양자경이 직접 고른 ‘검우강호’(2010)를 비롯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숀 베이커 감독의 단편 ‘산디와라’(2026),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 등 네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