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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경계 허문 ‘실험적 글쓰기’ 대가

09.10.2026 1분 읽기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카슨은 시와 소설, 고전과 현대문학, 학문과 창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20년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 이후 6년 만이다. 여성 수상자로는 2024년 한강을 포함해 역대 19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 시간) 앤 카슨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카슨은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림원은 또 “카슨의 문학적 창작 활동은 문헌학자의 단어에 대한 집착과 새로운 의미를 갈망하는 시인의 열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13년 만이다. 카슨은 수상 통보 전화를 받을 때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슨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철학적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8년에 나온 ‘빨강의 자서전’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6년 한겨레출판이 국내 출간한 이 책은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열 번째 노역의 에피소드를 그가 화살로 쏘아 죽인 빨간 괴물 게리온의 입장에서 다시 쓴 작품이다. 신화 속 영웅과 괴물의 이야기는 헤라클레스와 게리온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로 옮아간다. 이 책의 도입부는 고대 그리스 최초의 서정시인 스테시코로스와 그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전학자인 카슨은 많은 부분이 유실된 그의 작품을 소설로 재구성하려 시도했고, 그 결과 ‘시로 된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이 탄생했다. 카슨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게리온의 괴물성에 매료된 이유를 “우리 모두 항상 자신이 괴물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슨이 수십 년간 소식이 끊겼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녹스’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제본 방식이 아니라 사진·편지·우표·종이 조각 등 다양한 파편을 오려 붙인 한 장의 긴 종이를 아코디언처럼 접어 상자에 넣었다. 한림원은 이 책에 대해 “문학적인 동시에 조각 작품과도 같은 창작물”이라고 평했다.

이 밖에 주요 작품으로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 ‘플레인워터’(1995), ‘남편의 아름다움’(2001) 등이 있다. 사포와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등 고대 그리스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는 작업도 계속해 왔다.

카슨은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한 그리스 고전에 매료돼 토론토대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전공했다. 이후 30년간 캐나다 맥길대와 미국 프린스턴대 등에서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시에 고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발표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고전을 현대의 시어로 재창작하거나 신화 속 등장인물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일련의 작품들로 맥아더 펠로십과 구겐하임 펠로십 등을 받았다. 2001년에는 여성 작가 최초로 T. S. 엘리엇상 수상자가 됐다. 2020년에는 “고전 연구로 혁신적인 시학을 구축하고 현시대를 인식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페인 왕위 계승자가 수여하는 아스투리아스공상을 받기도 했다.

카슨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2017년 이후 남성과 여성이 매해 번갈아 수상하는 관행도 이어지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7년 가즈오 이시구로(남성)부터 시작해 2024년 한강(여성), 202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남성), 2026년 카슨(여성)까지 수상자 성별에서 기계적 균형을 지켜 왔다.

국내 출판사 중에서는 난다가 카슨의 책을 가장 많이 내 수혜가 예상된다. 난다는 ‘에로스, 달콤씁쓸한’ ‘플레인워터’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등 카슨의 작품 네 편을 출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1200만 스웨덴크로나(16억 1000만 원)이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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