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결혼 생활을 20년 넘게 이어온 부부의 이혼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이혼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갈라서는 이른바 ‘황혼 이혼’은 오히려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 이혼 4건 중 1건은 ‘황혼 이혼’…아내가 요구한 경우 많아
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체 이혼에서 ‘숙년(熟年)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숙년이혼은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가 결혼 생활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황혼 이혼’과 비슷하지만, 일본은 동거 기간을 기준으로 구분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이혼한 부부는 17만9073쌍으로 전년(18만5904쌍)보다 6831쌍 감소했다. 전체 이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숙년이혼의 비중은 높아진 셈이다. 해당 비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어선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결혼 생활을 끝내는 데는 아내의 의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사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관여한 이혼 사건 가운데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사건은 26.4%를 차지했다. 특히 아내가 이혼을 신청한 사례가 남편보다 약 2배 많았다.
이혼 사유로는 남녀 모두 ‘성격 차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그다음 이유는 달랐다. 아내는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와 ‘폭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를 주로 들었고, 남편은 ‘정신적 학대’와 ‘배우자의 이성관계’를 꼽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확산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SNS를 통해 이혼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하고 다른 사람의 삶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남녀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이 약해지고 이혼을 부끄럽게 여기는 인식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숙년이혼 비중이 높아진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도 60세 이상 이혼 역대 최다…30년 이상 부부 비중 1위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이혼 건수는 감소하는 반면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5월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8만8130건으로 전년보다 3021건 감소했다.
6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1996년 7만9895건 이후 2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국가데이터처는 인구 감소와 과거 혼인 건수 감소 등이 시차를 두고 이혼 통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지난해 1만3743건으로 전년보다 943건 증가했다.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이혼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역대 최고였다. 2022년 13.4%였던 비율은 2023년 13.0%로 낮아졌다가 2024년 14.0%, 지난해 15.6%로 다시 높아졌다.
혼인 기간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장기간 결혼 생활을 유지한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가운데 결혼 생활을 30년 이상 이어온 경우가 1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5~9년이 17.3%, 4년 이하가 16.3% 순이었다.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혼하는 부부의 연령도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51.0세, 여성 47.7세로 전년보다 각각 0.6세 상승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4.1세, 여성은 4.4세 높아졌다.
국내 황혼 이혼 증가에는 △고령화 △기대수명 연장 △여성의 경제적 자립 확대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