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해킹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비씨카드와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올 들어 정보 보호 인력을 되레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롯데카드 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뒤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보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정보 보호 인력은 지난해 말 34명에서 올해 6월 말 26명으로 8명 감소했다.
비씨카드는 정보기술(IT) 인력 전체를 줄였다. IT 인력은 같은 기간 367명에서 344명으로 6.3%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정보 보호 인력 감소율은 23.5%로 그 폭이 더 컸다. 보안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비씨카드의 IT 인력 대비 정보 보호 인력 비중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7.6%로 지난해 말 9.3%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8개 전업카드사 중 보안 인력 비중이 10%를 밑도는 곳은 비씨카드가 유일하다.
우리카드 역시 정보 보호 인력이 같은 기간 36명에서 35명으로 1명 줄었다. 우리카드는 IT 인력 대비 보안 인력 비중이 13.0%에서 12.6%로 0.4%포인트 낮아졌다. 8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보안 인력이 감소한 곳은 비씨카드와 우리카드뿐이다.
다만 비씨카드와 우리카드의 정보 보호 예산 집행액은 증가세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각각 59억 7000만 원, 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집행액의 각각 66.1%, 53.5% 수준이다.
다른 카드사들은 보안 인력 확충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39명에서 올해 6월 말 51명으로 12명을 늘렸다. 증가율은 30.8%다. 지난해 해킹 사고를 겪은 롯데카드는 39명에서 47명으로 20.5% 증원했다. 현대카드는 68명에서 74명으로, KB국민카드는 32명에서 37명으로 각각 확대했다. 삼성카드는 49명에서 51명으로, 하나카드는 17명에서 18명으로 증가했다.
업계 전체로 보면 IT 인력에서 정보 보호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6월 말 12.6%로 높아졌다. 삼성카드가 18.5%로 가장 높았고 롯데카드 15.3%, 현대카드 13.7%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비중이 10%를 밑돌았던 신한·하나카드도 각각 11.1%, 10.2%로 상승했다.
카드 업계의 보안 인력 비중은 다른 금융 업권보다는 높은 편이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시기 5대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 등 14개 은행의 IT 인력 대비 정보 보호 인력 비중은 8.55%, 10대 증권사는 9.78%였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사람이 여러 카드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카드사는 고객 신용 정보에 더해 일상적인 소비·결제 내역까지 처리한다”며 “카드사 보안 관리가 소홀하면 광범위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안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함께 시스템을 운영·관리할 전문인력 확보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드 업계의 전반적인 정보 보호 관련 지출은 확대되는 추세다. 8개사의 정보 보호 예산 집행액은 2022년 971억 5000만 원에서 2023년 994억 9000만 원, 2024년 997억 50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해왔다. 그러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1205억 3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8% 늘며 증가 폭을 키웠다. 올해도 8월 말까지 908억 5000만 원을 집행한 상태다.
김 의원은 “지난해 롯데카드 해킹으로 수백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돼 정부가 업무 정지와 과징금 철퇴를 내렸음에도 일부 카드사가 보안 인력을 줄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 당국은 인력 감소 경위와 외주 전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