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요건 강화에 따라 이미 가업을 물려받고도 세 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을 더 경영해야 하는 사업자가 5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5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적용받은 1278명 가운데 522명(40.8%)은 증여 당시 경영기간이 10~20년이었다. 세제개편안 시행 이후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사업을 물려주는 사람의 경영기간이 최소 20년 이상이어야 한다. 10년을 갓 넘긴 사업자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최대 10년 가까이 추가 경영해야 하는 셈이다. 세혜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96세까지 살아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특례는 자녀 등이 생전에 가업을 물려받을 때 부담하는 증여세를 줄여주는 제도다. 이후 상속 때는 별도의 공제 요건을 충족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올 8월 세제개편안에서 가업 경영기간 기준을 기존 10년에서 원칙적으로 30년으로 강화했다. 다만 20년 이상 경영했다면 30년에 못 미치는 기간만큼 가업 유지와 고용 등 사후관리 기간을 늘려 요건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문제는 개편 전에 이미 승계를 시작한 사업자다. 특히 가업 전체를 자녀에게 넘긴 경우에는 기존 경영자가 이후 같은 가업의 경영기간을 추가로 쌓기 어렵게 된다. 가령 15년간 운영한 뒤 가업 전체를 증여했다면 새 제도의 최소 기준인 20년을 채우기 어려워 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안에는 이들을 위한 별도 경과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최소한 세법 개정안 발표일인 올 8월 3일 이전 증여분에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전망이다.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상속 전에 확인하는 사전심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제도를 크게 바꿀수록 더 치밀한 고민과 세심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며 “경과조치나 사전심사 외에도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불합리한 면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