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무조건 ‘세금 폭탄’을 맞을까.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는 연 5000만 원 수준에서도 추가 소득세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종합과세를 피하려고 수익을 줄이거나 절세 상품에 돈을 오래 묶어두기 전에 실제로 늘어나는 세금부터 따져봐야 한다.
최경민(사진) NH농협은행 WM사업부 WM컨설팅팀 WM전문위원은 “절세를 위해 특정 상품에 자산이 과도하게 편중되면 필요한 자금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거나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금융소득 2000만 원 이하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0만원 넘겼다면 실제 납부액부터 계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고 원천징수된 세금 외에 반드시 많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아니다. 종합과세 방식으로 계산한 세액과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는 비교과세 방식의 세액 중 큰 금액을 적용하는 ‘비교산출세액’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최종 산출세액이 이미 원천징수된 세액보다 크지 않다면 추가 납부액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 위원은 “금융소득을 반드시 2000만 원 이하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면서 “금융소득만 있다면 연 8100만 원 수준까지 추가 소득세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퇴자는 공적연금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아 보수적으로 5000만 원 수준을 기준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별 소득과 공제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건강보험료 부담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반면 근로·사업·임대소득이 있다면 금융소득이 합산되면서 높은 세율 구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최 위원은 “가급적 다른 소득이 종료된 이후로 금융소득 발생 시기를 미루거나 절세 전략을 활용해 연간 금융소득을 2000만 원 이하로 관리하는 방향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투자성향에 따라서도 선택은 달라진다. 최 위원은 “공격적인 성향의 고객은 배당소득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감수하면서 시장초과수익을 추구하기도 한다”며 “정기예금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하는 고객은 종합소득세율 적용으로 세후 실질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세 부담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맞춰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만기 몰린 예금, 다음 수령 시점부터 분산”
최 위원은 “금융소득이 2000만 원에 근접했다면 종합과세 전에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이미 초과했다면 향후 소득 발생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예금·신탁·펀드 비중을 줄이고 저축성보험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은행에 만기 도래 예금 9억 원을 보유한 주부 A 씨의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 예금 이자에 대한 종합과세 부담은 감수하되 이후 소득을 분산하도록 설계했다”며 “8억 원은 5년간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성보험에 배분하고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보유한 ISA에는 연간 2000만 원씩 최대 1억 원을 납입하고, 5년 운용 후 만기 자금을 연금저축계좌로 옮기도록 권했다. 최 위원은 “ISA 만기 자금은 연금계좌의 기존 납입한도와 별도로 넣을 수 있다”며 “가입 자격을 충족하면 ISA를 재개설해 운용한 뒤 연금저축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저축에도 연간 납입한도 1800만 원을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최 위원은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여서 세액공제를 신청하지 않도록 권했다”며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 원금은 인출할 때 과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운용수익은 연금 수령 요건을 충족하고 과세 대상 사적연금소득이 합산 연 1500만 원 이하라면 일반적으로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3.3~5.5%로 분리과세한다.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면 기타소득세 16.5%가 적용된다.
다만 이런 방식이 모든 고객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인지, 생활비 등 당장 필요한 돈은 충분한지 함께 따져야 한다. 최 위원은 “한 해의 금융소득만 보기보다 현금 흐름과 만기 도래 자산, 시장 상황, 은퇴 시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소득 관리는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언제’, ‘어떤’ 소득을 효율적으로 발생시킬지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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