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눈꺼풀이 처지거나 팔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중증 근무력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에서 진단에 앞서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많다는 사실이 대규모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민주홍 신경과 교수, 권순욱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중증 근무력증과 자가면역질환 발생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1~2021년 중증 근무력증을 진단받은 20세 이상 환자 8355명과 나이와 성별 등을 맞춘 일반인 대조군 8만3550명을 비교했다. 중증 근무력증은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근력이 떨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와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다. 증상이 진행하면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연하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중증 근무력증 환자는 진단 전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앓은 경우가 유의하게 많았다. 진단 전 10년 동안 자가면역질환 발생률은 일반인 대조군보다 2.12배 높았다. 특히 중증 근무력증 진단 직전 2년으로 기간을 좁히면 발생률이 4.27배까지 높아졌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중증 근무력증 진단 전 10년 동안 전신홍반루푸스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4.87배 높았다. 쇼그렌 증후군은 4.75배, 자가면역 갑상선 질환은 3.66배, 혈청 양성 류마티스 관절염은 2.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러 자가면역질환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적 요인이 중증 근무력증 발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고, 이 항체가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중증 근무력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은 중증 근무력증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만 두 질환의 발생 건수가 적었던 만큼 해당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증 근무력증의 근력 저하는 하루 중에도 증상의 차이가 있어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이다. 아침에는 비교적 괜찮다가 오후나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거나, 반복적으로 근육을 사용할수록 힘이 빠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눈꺼풀 처짐이나 복시 역시 피로할수록 심해졌다가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한 피로나 노화에 따른 증상으로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민주홍 교수는 “중증 근무력증이 전신적인 면역 조절 이상과 연관돼 있음을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루푸스나 자가면역 갑상선 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눈꺼풀이 처지거나 근력 저하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중증 근무력증을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전문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