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의 최대 관심사는 문학동네의 매각 추진이다. 문학동네 창립자인 강병선 전 대표는 보유 지분 41.5% 전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각 가격은 수백억 원대로 거론된다.
문학동네는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다. 지난해 매출 369억 원, 영업이익 7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0%, 44% 줄었지만 이를 출판업 전반의 불황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특수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실적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문학동네의 콘텐츠 경쟁력은 여전하다. 최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가호’의 한국어판 판권을 따냈고 한강 작가의 차기작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실적이 나쁘지 않은 출판사를 왜 매각하려는 것일까. 출판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단순한 경영난보다는 출판업의 영역과 수익 구조가 달라지고 있는 흐름과 연결해 본다. 책을 출간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 지식재산(IP)을 다른 콘텐츠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눈에 띄는 출판사가 민음사다. 최근 민음사가 편의점 GS25와 협업해 선보인 이른바 ‘민음사빵’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100만 개 넘게 팔리며 화제가 됐다. 빵 이름을 ‘오만과 편견’ ‘사랑에 대하여’ 등 문학작품의 제목으로 짓고 투명 책갈피를 랜덤으로 넣어 소장욕을 자극했다. 평소 서점에 가지 않는 사람도 책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민음사의 경쟁력은 특정 스타 작가 한두 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 출판사 시리즈 최초로 500권을 돌파한 세계문학전집이 민음사의 핵심 콘텐츠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 소설 베스트셀러 30위 안에 ‘싯다르타’ ‘데미안’ ‘이방인’ 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12종이나 포함됐다. 이들 고전 소설의 주 독자층은 2030 여성이다. 고전과 2030세대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틱톡 등은 젊은 세대가 책을 발견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민음사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의 구독자는 57만 명에 달한다. 민음사TV에 등장하는 편집자와 마케터는 독자들에게 친숙한 인플루언서가 됐고 이들이 소개하거나 추천한 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최근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았다가 한 젊은 여성이 지인에게 “너 민음사 책 좋아해?”라고 묻는 것을 들었다. 저자나 작품보다 출판사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고 소비하는 독자가 생긴 것이다. 출판사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곳을 넘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 속에 독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판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되기도 한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독서를 감각적인 문화로 소비하는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있다. 책 읽는 사람이 줄면서 독서는 오히려 남들과 다른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인기 작가의 책을 펴내 서점 매대에 진열하는 것만으로 책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독자가 책을 접하고 즐기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학동네의 매각 추진이 출판 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면 민음사의 실험은 그 변화에 출판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출판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 독자와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앞으로 출판사의 경쟁력은 베스트셀러 한 권이 아니라 새로운 독자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