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에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용수 공급 등이 본질인 기관에 발전 목표까지 부여하면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후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보급의무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농어촌공사를 재생에너지 보급의무자로 지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달 8일까지 기후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설비 보유 규모만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기관 설립의 고유 목적과 업무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농어촌공사도 전날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논란의 출발점은 기후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법 하위법령 개정안이다. 내년 1월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경쟁입찰 기반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바꾸는 개정법 시행에 맞춰 세부 기준을 정하는 내용이다. 기후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발전량 기준이었던 종전 체계 대신 설비용량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의무가 도입되며 미이행시 과징금을 물린다. 기후부는 전날 공청회를 열어 개정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쟁점은 농어촌공사도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시행령안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MW 이상 보유한 공공기관 발전사업자를 장관이 보급의무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준을 넘는다고 자동 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농어촌공사의 재생에너지 보유 설비는 165MW다. 농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후부 공청회에서도 농어촌공사를 신규 보급의무자로 지정하도록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농어촌공사는 대상이 될 경우 재정부담이 막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급의무자는 매년 정부가 정한 규모의 설비용량을 직접 설치하거나 출자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유예·대체이행하고도 남는 부족분에 대해서는 고시 단가 기준 금액의 150%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사 측은 연간 1GW를 부여받아 전혀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과징금이 약 1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과 노후 수리시설 관리에 매년 약 2000억 원의 재원이 부족하자 저수지와 담수호를 활용해 태양광 등 발전 사업을 확대해왔다. 2025년까지 306MW를 개발했고 자체 보유분은 165MW다. 하지만 공사 안팎에서는 농업 인프라 재원을 충당하려 키운 사업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이행 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부는 향후 부처 간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100MW 기준을 넘어선다고 해서 전부 보급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협의를 거쳐 내용을 확정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