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종근당과 비티젠·동화약품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월 초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에 약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제공해 연간으로는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종근당에 연구개발(R&D) 자금 500억 원을 신규 지원했다. 종근당은 매출의 약 10%를 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수은은 개발 중인 신약의 상업화 이후 해외 판매와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 수출 등을 통한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수은은 올해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CMO) 전문 기업 비티젠에도 생산·판매 자금으로 500억 원을 공급했다. 비티젠은 미국과 유럽 의약품 규제 기관의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승인을 받은 중견기업으로 신규 시장 진출과 해외 수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은은 제약사들의 해외 유통망과 원료 확보도 뒷받침했다. 동화약품의 베트남 판로 확장에 수은 자금 55억 원이 투입됐다. 동화약품은 베트남 약국 체인 중선파마를 운영하는 TS케어(TS CARE)의 지분을 추가 인수했다. 광동제약에는 일반·전문 의약품 생산에 쓰이는 원료 등의 수입을 위한 자금 한도 400억 원을 제공하고 있다.
수은은 R&D부터 생산·수출까지 원스톱 금융을 제공하면서 관련 지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은의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 집행액은 지난해 1조 907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2.8% 늘었다. 5년 전인 2020년(9892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는 9월 10일까지 1조 4939억 원을 집행했다. 수은 관계자는 “금융 지원 예정 건들을 검토한 결과 올해 지원액이 2조 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은은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수은의 올해 집행액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1조 1011억 원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중소·중견기업에 1조 2422억 원을 지원했다.
수은은 바이오를 포함한 첨단산업을 중장기 금융 지원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은행 측이 2월 발표한 업무 계획에서는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5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글로벌 위탁 개발 생산(CDMO) 시장 확대에 맞춰 국내외 바이오의약품 생산 설비의 고도화와 증설을 지원할 방침이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 자금도 늘린다.
이 같은 금융 지원 확대는 정부의 K바이오 육성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K바이오 의약 산업 대도약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 두 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글로벌 임상시험 3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CDMO 지원과 기술·인력·자본 연계를 통한 혁신 성장 가속화가 핵심 과제다.
정부와 국책은행의 지원 확대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해외 판매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잠정 4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2.4% 늘어난 104억 3800만 달러로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은 76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73%를 차지했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R&D부터 생산·수출까지 전 주기에 걸쳐 정책금융이 필요한 대표적 미래산업”이라며 “정부의 바이오 강국 도약 전략에 발맞춰 R&D부터 생산·수출까지 전 주기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각종 지원 사업을 촘촘히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